홍상수 감독 '도망친 여자'의 감독상 수상은 한국의 대표적 작가주의 감독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의 또 다른 저력을 보여준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김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입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 일상을 덤덤하게 담아낸 영화는 기존의 영화 관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과 평단에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평범한 남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밀한 위선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오! 수정'은 홍상수라는 이름을 강렬하게 각인시켰습니다.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은 '생활의 발견'과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입니다.
이후 칸, 베니스, 베를린 세계 3대 영화제의 단골손님으로 초청되며 영화제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이 됐습니다.
[윤성은 / 영화평론가 : 아주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을 잘 포착해서 특별하게 스크린에 옮겨놓는 그런 재능을 가진 감독입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일상을 풀어낸다는 측면에서 영화제에서 항상 초청하고 싶어하는 작가주의 감독이죠.]
홍 감독은 즉흥적인 영화 제작 방법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날 촬영할 장면의 시나리오를 당일 아침에 써서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주연 배우들의 실제 말투나 성격, 습관 등을 영화 속 캐릭터에 그대로 녹이기도 합니다.
이번 수상은 그런 홍상수만의 스타일이 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정민아 / 영화평론가 : 전 세계 어느 감독도 시도하지 않은 홍상수 표 영화를 만들어 왔고요. 그게 비로소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홍 감독은 배우 김민희 씨와 불륜설로 파문을 일으키고 공식적으로 연인 사이임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아내와의 이혼 소송이 기각된 이후 선보인 첫 번째 영화로, 김민희 씨와는 총 7번의 작품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도 일관성 있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했던 홍상수 감독,
비로소 베를린 영화제 트로피를 거머쥐며 '기생충' 이후 세계 무대에서 한국영화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줬습니다.
YTN 김선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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