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 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윤모 씨, 그리고 31년 전 진범과 마주쳐 몽타주 작성에 참여했던 버스 안내양도 최근 최면 조사를 받았는데요.
정작 진범으로 지목된 피의자 이춘재에 대해선 최면 조사를 할 수 없는 걸까요?
먼저 '최면 조사'란 뇌 속에 저장된 장기 기억을 끄집어내는 과정입니다.
마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듯한 이미지를 연상시켜서 문이 열리면 기억 속 특정 장면이 펼쳐지는 겁니다.
차량 뺑소니 사건 수사에 특히 많이 쓰이는데, 피해자나 목격자가 사고 당시 본 장면을 토대로 차량 번호나 차종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국내 최악의 '연쇄 살인범' 정남규 수사 때도 활용됐는데요.
[정남규 / 2006년 현장검증 당시]
"그냥 내키는대로 순간 그렇게 한 거 같아요."
지난 2004년 2월 정남규가 범행을 저지른 뒤 다시 찾은 중국집 음식점의 종업원이
최면 상태에서 얼굴을 떠올려 판박이 몽타주를 그려낸 겁니다.
그러면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에게 직접 최면을 걸면 안되는 걸까요?
[공정식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거짓 사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기억을 재구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하지 않는 거죠."
오히려 범인 자신에게 유리한대로 기억을 왜곡할 수 있어 통상 법적 증거로는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매우 드물지만, 적극적으로 최면 조사에 동의했던 연쇄살인범도 있습니다.
[유영철 / 2004년 현장검증 당시]
"저쪽으로 올라가다가 왼쪽으로 꺾어져야 되는데, 아닌가 저쪽이…."
22번째 살인까지 저질렀다고 주장해 결국 최면 조사를 했지만, 추가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종합하면 이춘재에게도 최면 조사를 할 수는 있지만, 먼저 본인이 동의를 해야 하고 믿을 만한 진술인지는 또 별도로 따져봐야 합니다.
이상 팩트맨이었습니다.
성혜란 기자
[email protected]연출·편집:황진선 PD
구성:박지연 작가
그래픽:전성철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