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알려진 '유서 대필 사건'의 당사자인 강기훈 (48)씨가 CBS 라디오 방송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해 그 간의 소회를 밝혔다.
1992년 유죄 판결 이후 20여 년 만에 사건에 대한 재심을 이끌어낸 강기훈 씨는 "검찰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 다른 입장에 서주기를 바란다"며 "'변호인 쪽의 것을 받아들이겠다. 미안하다' 이 정도면 된다. 그러면 재판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씨는 "이번 재심은 법원과 검찰이 자신의 잘못을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며 "과거의 부끄러운 판결 중 하나라고 얘기를 하는 사람도 많던데 그렇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강 씨는 그러나 "지난 12월 열린 첫 공판에서 보인 검찰의 태도는 옛날하고 똑같았다"며 "옛날과 똑같은 판결을 내리면 안 된다. 그 멍에를 누가 지나? 사법부와 검찰이 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 씨는 "앞으로 어떤 소망이 있느냐"는 질문에 "재판에서 좋은 결론이 나왔으면 한다"며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짐을 조금 덜 수 있었으면 한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91년도의 멍에를 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공통으로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8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에서 활동하던 김기설 씨가 서강대 건물에서 분신자살하자 당시 이 단체 총무부장이던 강 씨가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방조했다며 검찰이 기소,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유죄를 선고한 사건.
그러나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강 씨가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권고한데 따라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기획 / 제작 : 김송이 기자 / 김성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