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북미회담의 막전막후, 자세한 이야기를 정치부 유승진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질문1] 유 기자, 예상보다 북미 회담 시간이 훨씬 길어졌죠?
네, 양 정상이 단독 회담만 1시간 가까이 이어갔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3차 북미회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당초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안부 묻는 정도만 예상했는데, 예상을 깬 겁니다.
[질문2] 그럼 북미 정상이 이렇게 길게 만날거란 게 사전 조율이 됐었다고 봐야되나요?
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 "5분간 환담할 줄 알았는데, 1시간 동안 회담했다"고 말했습니다.
본인도 이렇게 길 줄 몰랐다는 건데, 하지만 이미 자유의 집 회담장을 보면요.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걸려있고, 사실상 회담장처럼 준비돼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어느 정도 긴 대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3] 북미 회담 결과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대화의 불씨는 살렸다고 봐야겠죠?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결과를 보면, 멈춰섰던 실무회담이 재개될 전망입니다.
북한이 계속해서 그동안 미국에 '셈법을 바꾸라‘고 주장하면서, 실무 협상에 나서지 않아 왔는데, 이 부분이 풀린 겁니다.
오늘 회동 결과, 2~3주 내에 미국과 북한이 실무 협상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도하기로 했는데요. 미국 측에선 비건 대표가 나섭니다.
북한에선 공식 발표되진 않았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주축으로, 외무성 중심의 협상 라인업이 구축되고 있습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4] 결국 북미 간 핵심 쟁점은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둘러싼 거였는데, 이게 좁혀졌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북한의 도로 사정을 생각하면 김 위원장, 평양에서 DMZ까지 내려오려면, 4시간 이상 걸립니다.
이렇게 긴 거리를 도로사정도 안 좋은데 트럼프의 트윗 하나만 보고 당일 결정해서 내려온 겁니다.
’셈법을 바꾸라‘던 북한이 이런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인 건 김정은 위원장도 대화 재개를 원한다는 건데요. 미국도 하노이 회담 이후 시종일관 유지하던 강경한 태도를 잠시 누그러뜨린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가장 마지막에 "언젠가 제재가 해제되기를 바란다, 협상하다보면 해제된다"고 언급했죠. 아직까진 제재를 유지하지만, 차후 해제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태도를 내비쳤습니다.
다만 북한으로부터 어떤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얻었다기 보다는, 최근 미중 간 무역 협상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일정 내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의 시진핑 주석과의 협상을 강조해왔습니다.
결국 트럼프와 시진핑 사이의 협상 진전, 여기에 중국이 북한의 경제와 안보를 보장하고 나서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일궈낸 게 아닌가 점쳐볼 수 있습니다.
[질문5] 그러면 앞으로 협상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결국 비건을 주축으로 한 '실무팀'으로 다시 공이 넘어갔습니다.
하노이 실무 협상 당시, 북측 실무단은 "비핵화는 수령님이 할 일이다"면서 비핵화 협상에 진척이 없었다는 일화도 전해지는데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나 책임있는 북한 당국자가, 어느 정도 권한을 갖고 실무 협상에 임할 수 있을 지는 차후 결과를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질문6] 그런데 오늘 북미 양 정상이 만나기 전에 소동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거였죠?
네,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생중계 화면이 고르지 못했었습니다.
미국 취재진들과 북한 경호원들 간에 마찰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는데, 북측에서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란 이유로 중계를 중단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4월에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앉을 의자나 펜을 꼼꼼히 소독하던 북한 실무진의 모습 기억하실 겁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이럴 정도로 사전에 철저히 경호를 점검하지 못했을 테니, 북한으로서도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에 극도로 예민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질문7]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DMZ 방문에 함께였는데, 중재자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보십니까?
네, 사실 오전까지만 해도 남북미 3자 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됐었습니다.
하지만 3자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고, 대신 북미 회담 전 짧은 3자 회동이 이뤄졌죠.
문 대통령은 이미 오전 청와대 기자회견에서부터, 이번에는 '미국과 북한 간 대화 중심으로 큰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중재자 역할을 드러내기 보다는 북미 간 꽉막혔던 대화에 물꼬를 트는 일이 더 중요하단 인식 때문으로 보입니다.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회동이 이뤄진 거지만, 문 대통령이 더 큰 진전을 위해 이번에는 "자리를 내줬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질문8] 트럼프 대통령, 조금 전에 한국을 떠났죠? 마지막 연설은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 전에 오산 공군기지 장병 격려 일정을 마지막으로, 1박 2일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오산 공군기지에서 마지막 연설을 진행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생산적인 회의를 했다, 북한은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라며,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다시 한 번 촉구했습니다.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면서, 동시에 숙제로 남겨진 북미 실무협상에 힘을 실었습니다.
네, 지금까지 유승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