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대신 써드립니다”…가짜 자소서, 취준생 유혹

채널A News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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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나 진학을 위해 자기소개서 써보신 분들 많을텐데요.

요새는 수십 만원만 내면 하루 이틀만에 자소서를 만들어 주는 일이 흔합니다.

이서현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취업준비생 최모 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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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취업상담을 신청했는데 대뜸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겁니다.

[최모 씨 / 취업준비생]
"지원하고 싶은 회사를 말하면 원하는 만큼 다 써주겠다. 무료로 컨설팅 해준다고 가본 건데 대필을 해주시는 분이었기 때문에 놀라기도 했고…"

자소서 대필료는 조건에 따라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

거절하고 돌아서긴 했지만 찜찜한 느낌이 남았습니다.

[최모 씨 / 취업준비생]
"많은 사람들이 한다는 얘기도 하니까 안하면 나만 손해인 것 같고. 부익부 빈익빈이 되어 가는 거 같아요."

대필업체들은 아예 대놓고 대대적인 홍보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자소서 대필 업체]
"(취업용 자기소개서 의뢰하고 싶은데요) 지원하는 회사 양식 첨부하시면 보고 연락드립니다. (따로 제출해야 되는 자료는 없는 건가요?) 기본적인 정보를 알기 위해서 질문지 양식을 메일로 드리고"

업체가 요구하는 문항 몇개만 적어 내면 손쉽게 가짜 자기소개서를 살 수 있습니다.

[이서현 / 기자]
"직접 받아본 허위 대필 자기소개서입니다. 십여만원을 지불하면 이틀 만에 완성된 자소서를 보내줍니다.

제출한 아르바이트 경력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10분 만에 작성한 신청서를 바탕으로 3천자 분량의 완성본이 꾸며진겁니다.

자소서 대필은 학생들의 입시과정에서도 광범위 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학생부 종합전형 지원자 / 고등학교 3학년]
"아예 안 쓰고 자소서를 사는 경우도 있거든요. 완전히 다 써서 넘겨주고 자기 자소서인척 하는 거."

[학생부 종합전형 지원자 / 재수생]
"생활기록부에서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는 말을 골라주고 그걸 이용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거죠."

합격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베끼는 '자소서 표절'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3년간 자소서 표절이 의심돼 대학에서 불합격한 사례도 4천여 건에 이릅니다.

[모병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팀]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이 대부분, 규모가 크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활용해서 뽑는 학교가 아무래도 위반자가 많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업과 대학들도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채용부터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소서 검사를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은 지원자들이 사용한 단어나 표현의 유사성을 정밀하게 비교 분석할 수 있습니다.

[조형준 / SK그룹 인공지능 분석 시스템 개발팀]
"유사도가 너무 높게, 특정 기준 이상으로 나오는 것들은 복사-붙여넣기를 했네? 위험성이 있으니 요것도 이제 인사담당자들이 한번 봐주세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도 모든 대학의 3년치 자기소개서를 수집하고 매년 3차례 유사도 검사를 실시해 불합격자를 판별합니다.

전문가들은 자소서 대필이 합격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자신이 쓰지 않은 자기소개서는 유사도가 높아져 더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수한 / 공공기업 채용 전문 평가위원]
"굉장히 (자소서 첨삭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유사한 코멘트가 달릴 수 있는 부분이니까. 자기소개서는 분명히, 반드시 자기가 적어야 합니다."

채널A 뉴스 이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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