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면 국민 입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의 인권이 향상되는 것일까요.
사회부 배혜림 차장과 알아보겠습니다.
[질문1]배 차장, 국민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수사 절차가 줄어들어서 좀 더 편해진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부 사건에서 절차가 줄어드는 건 맞습니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김모 씨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수사기관에 여러 번 불려가서 조사를 받는 것,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죠.
이번 수사권 조정으로, 김 씨 사건은 경찰 한 번에 끝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런데 김 씨가 경찰 수사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더 피곤해질 수 있습니다.
원래는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한 뒤 검찰이 보완 수사를 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완전히 분리돼서, 김 씨는 경찰 수사를 받았더라도 검찰에서 처음부터 다시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경찰 수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사건 수사는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그 사이 증거가 사라질 우려도 커지는 겁니다.
[질문2]그 얘기는 진실을 밝히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건데요. 국민이 원하는 건 사실 속도보다는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는 것 아닌가요?
검찰에 따르면 경찰이 “죄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검찰에서 “죄가 있다”고 뒤집히는 인원은 매년 4만 6천 명입니다.
범죄자를 풀어놨다는 얘기이고, 우리 주변에 이 만큼의 범죄가가 처벌받지 않은 채 숨어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의견을 반영해서 검찰이 다시 수사할 수 있는 기능을 살려놨습니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 모두 내심으론 “사실상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인데, 겉으로 검찰은 당장 “수사 경험이 적은 경장 경사가 대부분 수사하는데 걱정된다“고 지적했는데요, 경찰은 “증거 수집 등 수사 전문성에서 검찰보다 뛰어나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 또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따지는 측면에서 본다면, 아무래도 검찰에 전문성이 있다고 봐야겠죠.
국민 입장에선 범죄자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거나 죄가 없는데도 범죄자로 몰리는 억울한 상황이 생길까 걱정이 많아질 수 있을 텐데, 검찰과 경찰 모두 자기 권한을 더 많이 챙기기 위해 볼멘 소리를 늘어놓기 보다는, 법률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질문3]문재인 대통령의 공약했던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보자면, 공약이 얼마나 진전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검찰의 힘이 너무 세서, 권력의 입맛대로 수사해도 견제를 할 수가 없었다는 생각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지난 1월, 국회 의원회관]
“검찰 개혁의 첫걸음은 부패한 정치 검찰의 청산입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정치 검찰 청산을 위한 첫 걸음, ‘검찰 힘 빼기’가 시작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 검사는 “둑이 무너졌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발표된 수사권 조정안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뚜껑을 열어봤더니 검찰 힘을 빼려고 경찰에 수사 권한을 주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확인한 것 같습니다.
오늘 수사권 조정안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 구조를 크게 바꾸진 못했지만, 검찰 권한 줄이기의 신호탄을 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까지듣겠습니다. 사회부 배헤림 차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