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국 시군에서는 민간 수의사들에게 가축전염병 예방업무를 위탁하는 공수의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소규모 농장에 대한 구제역 백신 접종이 공수의사들의 주 업무인데 이들이 담당한 농장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형편없이 낮은 것으로 밝혀진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백종규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구제역이 발생한 전북 정읍 농가 주변의 한우 농가 12곳을 조사했더니 6개 농장 소들의 항체 형성률이 기준인 80%에 미달했습니다.
50마리 미만의 소규모 소 사육 농가는 지자체가 위탁한 공수의사가 백신을 접종하게 돼 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겁니다.
서류상으로만 백신을 놓았거나,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종환 / 전라북도 축산과장 : 공수의사가 제대로 접종을 했는지 아니면 농가보고 빼서 주면서 놓으라고 했던지, 바쁘니까요. 그런 것을 조사해서….]
공수의사들이 할 말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한 달 수당 70만 원에서 100만 원을 받고 평균 200여 농가, 5천여 마리의 소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지역 수의사들이 교대로 공수의사를 맡는데 현장의 애로사항이 적지 않습니다.
[지자체 공수의사 : 소에게 차여서 쓰러졌는데, 굉장히 위험해요. 그런데 시나 행정 하는 분들은 쉽게 생각하고 돈으로 계산만 해요.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고 항상 생각해요.]
지자체의 방역 인력은 수의공무원과 군 대체 복무 요원인 공중방역 수의사를 포함해도 2~3명에 불과해 늘어나는 가축전염병을 막기에 역부족입니다.
공수의사들의 역할이 필수적이지만 예산과 운용 방식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겁니다.
[조호성 /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 : (공수의사가) 능력을 펼치기에는 대우가 열악한 게 사실이고요.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고 제도적 지원이 돼야 이 제도가 원활하게 유지가 되지 않을까,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제역이나 AI로 해마다 조 단위의 예산을 퍼붓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수의사 제도를 정비해 전문적 방역 인력을 늘리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YTN 백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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