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로로 숨진 택배 노동자가 벌써 8명에 이릅니다.

추석 연휴 전후로 격무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택배기사는 하루 15시간 일하며 택배 400개를 날랐는데, 산업재해도 적용받을 수 없었습니다.

택배 노조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박희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CJ대한통운의 한 배송 대리점.

지난 8일 오후, 이곳 소속 택배 기사 김 모 씨가 배송 과정에서 쓰러져 숨졌습니다.

40대 후반에 특별한 지병도 없었습니다.

[CJ대한통운 대리점 관계자 : 여기서 실제 일하신 건 5년 정도. 하루하루 열심히 사셨어요. 조용조용하시고 말도 별로 없으시고요.]

김 씨의 아버지는 최근 코로나19로 일이 많아진 데다 추석 연휴 전후로 더욱 격무에 시달려 아들이 식사조차 못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김 모 씨 / 故 김 모 씨 아버지 : (추석에) 따라갔더니 웬걸 (밥을) 먹을 시간이 없는 거예요. 아무리 개인사업이니 뭐니해도 먹을 시간이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아무리 민주주의고 자본주의고 개인 사업이라지만.]

김 씨는 하루 15시간 정도 동안 주 6회 일하면서 실어나른 상자만 하루 400개 정도로 파악됐습니다.

평상시보다 30% 정도 더 많은 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택배업체는 상자 분류작업에 투입할 단기근로자 인건비를 기사들에게 떠넘겼습니다.

택배 기사들에게 40만 원씩 내라고 한 겁니다.

김 씨는 이 비용을 내지 않으려 다른 기사들보다 3시간 더 일찍 출근해 분류작업을 직접 했습니다.

[유성옥 /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 : 아침 10시에 출근하는 조에 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40만 원 분류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본인이 직접, 매주 분류작업을 하는 그런 작업을 해 왔습니다.]

심각한 과로 속에 목숨까지 잃었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고인이 지난달,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집계를 보면 김 씨뿐 아니라 CJ대한통운 직원 4,900여 명 가운데 64%가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했습니다.

매달 보험료를 내지 않으려고 신청하는 기사들이 많다는 게 사측 설명이지만,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보험료 부담을 덜려는 회사 측 압력 때문에 한 거라고 반박했습니다.

[진경호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집행위원장 : 택배현장이 대리점과 택배사와 택배 기...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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