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5월 강남 묻지마 살인 사건 당시 여성 혐오 범죄냐 아니냐를 두고 벌어진 논쟁은 서로를 향한 혐오로 번졌습니다.
불특정 남성을 향한 '부동액 음료수' 의혹까지 등장했는데 이성에 대한 혐오가 점차 극단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강희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5월 강남 묻지마 살인의 피해 여성을 위로하는 메모지가 강남역 출입구를 빼곡히 매울 만큼 추모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여성 혐오' 범죄라 말하고 심각성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지영 / 서울 상도동 (지난 5월) : 사회적 차별이나 억압에 대해 배우면서 어떻게 바꿔야 할까 고민했었는데 이번 사건이 매우 큰 사건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하지만 경찰은 정신분열로 인한 범행이라고 결론 내렸고 오히려 혐오 논쟁은 폭력 사태로까지 번질 정도로 커졌습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성 혐오 현상을 더욱 부추겼고, 비난 정도는 점점 심해졌습니다.
추모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악플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불특정 남성을 상대로 한 카페 소속 여성들이 자동차 부동액을 탄 음료수를 건넸다는 의혹까지 나왔습니다.
'남성들이 부동액 음료를 마실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반대 성향의 일베 회원 등 네티즌들은 이에 격분해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르렀고, 여성 회원들은 보도가 나가자 다른 사이트 남성들의 악행에 비하면 장난 수준이라며 비아냥대는 반응입니다.
이성 혐오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윤인진 /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이런 SNS 공간에서 굉장히 동질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일방적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지다 보니까 의사소통이 절제되지 못하고 과격한 양상으로….]
끔찍한 묻지마 살인을 계기로 사회적 안전망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던 기회가 서로에 대한 혐오로 얼룩져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YTN 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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