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다국적 기업들이 우리 소비자들을 호구 고객, 이른바 '호갱님'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16조 원을 배상하기로 하고, 우리나라에는 100억 원의 사회조성기금만 주겠다는 폭스바겐에 이어, 북미 지역에서는 어린이 사망 사고 이후 판매를 중단한 제품을 한국에서는 계속 팔겠다는 이케아까지.

한국이 왜 이렇게 무시를 당하는 걸까요?

이하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랍장을 벽에 고정하면 안전하다는 이케아 홈페이지 안내문입니다.

앞으로 넘어지면서 미국 어린이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케아의 '말름 서랍장'이 우리나라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케아는 미국에서 2,900만 개, 캐나다에서 660만 개의 서랍장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한 데 이어, 문제가 된 제품의 판매 자체를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10만 개의 서랍장이 팔려나간 우리나라에서는 뒤늦게 '원하는 고객에 한해' 환불해 주기로 했을 뿐, 계속 팔겠다는 입장입니다.

환불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소비자에게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케아코리아에 판매 중지나 리콜 계획을 내놓으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른바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폭스바겐이 미국에서는 16조 원 규모의 배상액에 합의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공헌기금 100억 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만 밝힌 상황과 비슷합니다.

똑같은 피해를 주고 외국과는 차별적인 대응에 나서는 다국적 기업에 대해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김범진 / 서울 길음동 : 이런 사태가 터질 때마다 국가가 강력히 대응해야만 기업들이 국력이 무서워서라도….]

이렇게 우리 소비자가 무시당하는 것은 기업들이 두려워할 만한 강력한 법적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백대용 / 변호사·소비자시민모임 부회장 : 집단소송제도는 일부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한 경우 그 혜택을 다른 소비자들도 함께 받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집단 소송제도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원이 리콜을 권고해도 리콜을 강제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실제 피해를 준 것보다 훨씬 큰 액수로 배상해야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는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YTN 이하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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