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슬람 성지순례를 나섰다 더위에 희생된 사망자가 무려 1300명까지 늘었습니다.
아무리 종교적인 이유가 크다고 해도, 죽음까지 무릅쓰고 가는 이유가 뭘까요.
정다은 기자입니다.
[기자]
타는 듯한 햇볕 아래 양산을 쓴 사람들이 쉴새없이 발걸음을 옮깁니다.
낮 최고 기온이 52도나 되는 무더위를 참고 이슬람 성지순례에 나섰지만 곳곳에서 폭염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현지시각 오늘,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엿새간 진행된 '하지' 기간에 더위로 숨진 사람이 1301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에 비해 6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사우디 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순례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최대 1300만 원에 육박하는 순례 비용을 내지 못해 더위에 무방비 상태로 순례길에 올랐다 변을 당한 겁니다.
[파하드 알잘라젤 /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 장관]
"사망자 중 83%가 무허가 순례자였습니다. 제대로 된 휴식처 없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채 장거리를 걸어야 했습니다."
폭염에도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는 것은 무슬림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지순례 후엔 '하지'라는 칭호가 이름 앞에 붙는데 이슬람 국가에선 그 자체로 사회적 존경을 받게 됩니다.
[이희수 /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
"(이슬람) 순례는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하는 절체절명의 의무 이런 게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공식 여행사로 가장한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세이다 우리 / 하지 사망자 유가족]
"악몽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여행사는) 적절한 교통수단도, 제대로 된 음식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인명피해가 가장 많았던 이집트 정부는 성지순례 여행사 16곳의 면허를 박탈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채널A 뉴스 정다은입니다.
영상편집: 김지향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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