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갈등으로 치닫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만났습니다. 아는 기자, 정치부 김민지 차장과 함께 뒷이야기들 짚어 보겠습니다.
Q. 갑자기 만나서 포옹을 했어요. 특히 한 위원장의 90도 인사가 눈에 띄었어요.
며칠 간 싸움은 어디갔냐는 듯 원래의 친한 선후배 사이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충남 서천 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만난 한 위원장,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윤 대통령도 한 위원장 어깨를 툭 치며 격려하는 평소의 모습이었습니다.
Q. 갑자기 대통령실이 사퇴 요구를 했을 때도 좀 의아했는데, 갑자기 봉합이 됐어요. 어떻게 만나게 된 거에요?
윤 대통령이 손을 내밀었고 한 위원장이 그 손을 잡았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오늘 오전 한 위원장이 오후 1시쯤 화재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잡혔고요.
이어서 대통령의 방문 일정이 출입 기자들 사이에 공지됐습니다.
당초 알려지기로는 3시였는데 대통령실이 시간을 앞당기면서 한 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됐습니다.
한 위원장은 출발할 때만 해도 대통령과 만나게 될 줄 몰랐던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취재 결과, "대통령실에서 시간을 최대한 맞춘 것"이라고 하고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자연스레 조성이 됐습니다.
Q. 보니까, 서울 올 때 함께 가자고 한 것도 대통령이었다는 거죠?
네. 맞습니다.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이, 자신이 타고 온 전용열차에 좌석이 남아있다며 같이 가자고 했고 한 위원장이 자리가 있냐고 화답하며 동승하게 됐다는데요.
서울까지 달려오는 1시간 남짓, 마주 보며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겁니다.
Q. 일각에서는 이참에 대통령과 각 세우는 거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한 위원장도 손을 잡은 거예요.
네. 앞서 살펴봤듯 오늘 한 위원장, 대통령과 마주하며 굉장히 공손한 태도를 보였죠.
3주 전 신년 인사회에서 만났을 때보다 좀 더 허리를 숙인 모습이었거든요.
물론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기본적으로 인사를 꾸벅꾸벅 하는 스타일이다, 김정숙 여사에게도 90도 인사했다 이런 반론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번의 '90도 인사'는 어느 정도 대통령의 면을 세워준 걸로 보입니다.
그동안 한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며 대통령이 인간적 배신감, 그리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들이 나왔죠.
한 위원장도 봉합에 나선 겁니다.
한 위원장도 오늘 이렇게 얘기했죠.
"대통령에 대해 변함없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 민생에 대해서는 "말씀을 잘 들었다"고도 했는데요.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Q. 대통령이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은 한 위원장. 어제까지만 해도 안 그럴 것 같더니 왜 이런 겁니까.
이건 명확합니다. 두 사람 모두 부담이기 때문이죠.
대통령 참모들은 최근 며칠 내내 대통령을 설득한 걸로 전해집니다.
이대로라면 선거에서 필패라는 거죠.
한동훈 위원장을 쫓아낼 방법도 마땅치 않은데 괜히 여권의 분열만 일어난다는 우려가 전달됐습니다.
한 위원장 측도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민 상황에서 이마저 거부할 경우 '당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정치만 한다' '대통령 등에 칼을 꽂았다'는 비판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뚜렷한 거죠.
또 한가지. 여기가 재난 현장이었잖아요.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민과 당원들의 걱정을 다독이려는 차원"이라며 갈등은 갈등이고. 민생 앞에서 뜻을 같이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는데요.
정치적인 갈등이 있었지만 오히려 민생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갈등을 푸는 모습을 연출한 걸로 보입니다.
Q. 궁금한 게 많은데요. 리포트 몇 개 보고 다시 이야기 나눠 보죠.
연출 : 성희영 PD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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