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정치무대 오른 한동훈…명암 엇갈린 '2인자들'
[앵커]
지금 정국 최고의 화제 인물은 누가 뭐라 해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일 겁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치무대에 데뷔하며, 명실상부한 윤석열 정권의 2인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이번 주 여의도풍향계에선 '2인자의 등판'이 어떤 의미일지 짚어봅니다.
방현덕 기자입니다.
[기자]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한동훈 전 장관.
정권 출범과 함께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되며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등극했죠.
이제는 정치권으로 직행합니다.
그것도 총선 후보가 아닌, 집권 여당의 수장으로 화려하게 데뷔하는 겁니다.
"누구를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야당에서 제기된 '윤석열 아바타'라는 비판에 내놓은 답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 때문에 국민의힘이 '대통령 직할 체제'가 됐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죠.
직할 체제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역대 대통령들은 여당을 자기 뜻대로 재편하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3당 합당을 해서 민주자유당을 새롭게 만들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 당을 신한국당으로 바꾸며 군부 색채를 지워버렸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에서 분당한 열린우리당에 입당했죠.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판까지 국민의힘이 겪은 복잡한 우여곡절도 비슷하게 해석될 여지가 분명 없지 않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윤대통령 측과의 갈등 끝에 대표직에서 내려왔고,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과정에서도 용산의 의중이 무엇이었는지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어찌 됐든, 이런 과정 끝에 한동훈 전 장관이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상황입니다.
역대 정권의 2인자들, 특히 그중에서도 한때나마 1인자를 이을 후계자로 떠올랐던 인물들입니다.
1인자의 뒤를 이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러나 이 2인자들이 늘 꽃길을 걸었던 것은 아닙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박정희 정권에서 초대 중앙정보부장과 국무총리 등을 거치며 2인자이자 후계자로 부상했습니다.
"김종필 국무총리는 지방행정을 파악하기 위해 각 도 초도순시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에 위기감을 느낀 박 전 대통령의 집중 견제를 받았고, 3선 개헌을 계기로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이후 DJP 연합 등 정치적 영향력은 이어갔으나 '정치는 허업'이란 말과 함께 정계에서 퇴장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전두환 정권의 조용한 2인자였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원으로 민정당 대선 후보까지 올랐는데, 6·29 선언을 발표하며 직선제를 압박했습니다.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 국민적 화해를 이룩하기 위하여는 대통령 직선제를 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대통령 당선 이후 '5공 청산' 바람이 불자 둘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고, 결국 전 전 대통령은 백담사 행을 택했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감사원장과 총리로 발탁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굽히지 않는 성격으로 임명권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금세 갈등을 빚지만, '대쪽' 이미지가 국민적 인기를 끌며 신한국당 총재, 대선 후보로 등극합니다.
하지만 YS가 후계자로 낙점한 걸로 알려진 이인제 전 장관이 신당 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면서, 표가 갈린 이회창 전 총재는 낙선하고 맙니다.
한때 '별의 순간'을 쥐는 듯했던 2인자들.
결국 자신을 이끌어준 1인자와의 관계 변화가 정치 경로를 좌우한 주요 변수 중 하나였습니다.
한동훈 전 장관은 어떨까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윤대통령 부부와 특수관계라 평가 받는 한 전 장관에겐 첫 시험대나 마찬가지입니다.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보시고 느끼시기에도 그래야 합니다."
한 전 장관이 특검법을 '악법'이라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많은 상황.
수사를 총선 뒤로 미루는 등의 '절충안'도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상태인데, 한 장관이 어느 쪽을 택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더 근본적인 선택 기로가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여당의 총선 지휘관으로 처음 마주하게 되는 건 30%대 초중반의 국정 지지율과 여러 국정 난맥상이 만들어 낸 '정권 심판론'입니다.
윤 대통령의 뜻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반사체'의 역할로는 싸늘히 식은 중도층과 수도권의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여당 내에도 퍼져 있습니다.
수직적 당정관계 재정립 역시 한 전 장관의 몫이라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일각에선 그래서 대통령과 어느 정도의 '차별화'를 고심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옵니다.
아직 정권 출범한지 1년 7개월. 대선은 한참 남았고,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는 2인자가 전면에 나오기엔 확실히 이른 시점입니다.
그럼에도 한 전 장관이 구원투수로 차출된 건 '9회말 2아웃'처럼 총선에 대한 정부 여당의 위기감이 크다는 이야기겠죠.
조기 등판한 2인자, 한 전 장관이 어떤 정치 경로를 밟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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