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서 먼저 떠나보낸 가족의 묘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공동묘지에서 분묘 10여 기가 무단으로 파헤쳐지고 이장된 건데요.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임예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올해 초까지만 해도 푸른 잔디가 무성했던 공동묘지가 황폐한 민둥산으로 변했습니다.
흙무더기 위엔 초록색 그물망이 덮였고, 깨진 비석 조각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A 씨는 지난 추석을 앞두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찾았다가 벌초할 묘소가 사라져 버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닥뜨렸습니다.
3시간 동안 인근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아낸 건 아버지 묘소 번호가 적힌 푯말이 전부입니다.
[A 씨 / 불법 이장 피해자 : 현재 상황을 보고 자식된 도리로서 속이 많이 상했죠. 처벌이 이뤄지고 나서 아버님을 편안한 곳으로 모시려고 합니다.]
B 씨 역시 40년 넘게 살뜰히 관리해 온 남편의 묘가 하루아침에 없어지고, '무연고'라고 새겨진 푯말만 남았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B 씨 / 불법 이장 피해자 : 내가 스물여섯에 혼자가 돼서 애들 둘 키우면서 (남편) 묘 하나만큼은 해마다 벌초도 하고 그랬는데 갑자기 묘가 없어진 거예요. 내가 구청에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주십사 번호도 남겨 놨어요.]
이곳은 원래 경기 용인시가 운영하던 공동묘지 부지로, 지난 2021년 민간업체에 매각됐습니다.
이후 업체는 연고자들과 합의해 전체 분묘 중에 270여 기의 이장을 마쳤는데, 남은 분묘 가운데 19기가 불법 이전된 겁니다.
공동묘지 한쪽 구석엔 이장된 곳을 표시한 듯한 푯말 19개가 세워져 있습니다.
관할 구청은 신고 없이 이장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무단 이장 피해자들은 토지를 사들인 민간업체를 의심하는 가운데, 경찰 역시 업체와 불법 이장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체 측은 아직 이장하지 않은 20기는 거의 무연고 묘지라면서도, 불법 이장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업체 대표는 경찰 소환에 응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떠나보낸 가족을 기억할 공간마저 송두리째 파헤쳐진 피해자들은 경찰만 바라보고 있지만, 현장엔 CCTV도 없어서 수사는 난항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YTN 임예진입니다.
촬영기자; 신홍
그래픽; 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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