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잇슈] 서울 한복판 40년 만에 문 열린 '비밀 지하공간' 가봤더니...

연합뉴스TV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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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잇슈] 서울 한복판 40년 만에 문 열린 '비밀 지하공간' 가봤더니...

빛 한 점 들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이곳, 이곳이 서울 시내 한복판이라면 믿기실까요?

땅속 13m 아래에 있는 거대한 지하 공간인데, 제 위로는 서울 광장이 위치해 있습니다.

전쟁에 대비해 만들어 둔 지하 대피소일까요, 아니면 미지의 동굴일까요?

도대체 땅속 비밀스러운 이곳. 정체가 뭘까요?


(지하에 40년 동안 숨겨진 공간이 있다고 하는데 그 존재 아시는지?) "아니요. 전혀 몰랐습니다. 뭔가 되게 비밀스러울 공간일 거란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냥, 동굴..?"

하루 이용객 8만여 명, 이곳은 직장인들이 바쁘게 오가는 2호선 을지로입구역 지하 2층입니다.

장난감 도서관으로 쓰이던 역사 내 한 공간인데, 지금은 텅 비어있는 상태인데요.

이 공간 끝에 다다라 출입 금지라고 적힌 노란색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안쪽에 비밀스러운 문 하나가 더 있는데요.

한번 열고 들어가 보겠습니다.

어느 안내도에도 나오지 않는 이곳은 서울 한복판 두 지하철역을 잇는 사이 공간입니다.

1, 2호선 시청역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 사이에 있는 3천여 제곱미터에 달하는 공간인데, 63빌딩 높이가 약 250m 정도 되니까 63빌딩을 눕혀놨을 때보다 더 긴 공간인 셈입니다.

지금 가다 보니까 마치 동굴에나 있을법한 종유석을 발견했거든요.

크기가 꽤 커요. 천장에도 석순이라고 하나요? 매달려 있습니다.

위쪽으로 배수로가 지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여전히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혹시 지금 소리 들리시나요?

앱으로 일대 데시벨(DB)을 측정해 보니까, 75DB까지 올라갔거든요.

소음과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데, 이 층 아래에 지하 3층에 지하철 2호선이 위치해있기 때문에 4분에서 6분 정도 간격으로 소음과 진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총길이 335미터의 곡선 통로를 약 10분 만에 걸어왔는데요.

계단으로 올라가서 철제문을 열고 나가면, 우리가 익히 아는 지하철 1,2 호선 시청역 환승 통로가 나옵니다.


"이 공간은 (1983년) 2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져서, 1984년도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에서 저희 서울교통공사로 (시설물) 이관돼서 관리하고 있던 공간입니다.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자료는 현재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이고요."


"(서울 최초로) 새서울지하상가가 (1968년) 생기고, (1974년) 지하철 1호선 대합실이 생기고, (1983년) 지하철 2호선이 생겼을 때 그것들을 연결하려고 하다 보니까, 높이가 다른 걸 계단으로 연결했고 이 공간들이 생긴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단지 부산물이 아니라, 서울이 만들어지는 과정 안에 있었던 곳이고..."


"휴가 내고 왔어요. (얼마나 기다리셔야 해요?) "3시간, 4시간 정도... 카페가거나 근처 구경하다가 오려고요. 온라인 예매 실패해서 온 거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못 보는 공간이니까"


"서울 토박이죠. 몰랐죠. 깜짝 놀랐죠. 잠 안 잤어요, 이거 신경 쓰느라고.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잖아요."


"동굴 들어온 거 같지. 와~ 뭐라고 말이 안 나오네? (신기해서요?) 응 신기하지."


"발 밑으로 수많은 사람이, 발 위로 수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있지만 이런 빈 공간이 도심 속에 존재한다는 게 정말 놀라웠고요.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고 굉장히 웅장했습니다. 이 분위기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공사장스러운 분위기를...."


"예전에도 한 번 어떤 거로 쓰면 좋을지 고민했던 기록들이 있더라고요. 서울시가 이 공간을 몰랐던 건 아니고 어떻게 활용할 건지를 고민 계속해왔다..."

서울에 이런 '숨은 공간' 이뿐만이 아닙니다.

5호선 영등포시장역의 경우, 지하 4층 빈 승강장에 콘크리트 그대로 드러난 독특한 분위기를 살려, 한 게임 회사에서 체험존을 만들기도 했고요.

2005년, 여의도 한복판에서 정체불명 지하 벙커가 발견됩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피용 방공호였던 것으로 추정될 뿐인데, 역시 누가 왜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이후에 문화 시설로 변신했습니다.


"(사람들이) 걸어야 어떤 교류가 생기잖아요. 공간이 지시하는 바가 있거든요. 행태를 강제하는 게 있는데, 선형이니까 계속 흘러가게 만드는 것 같아요. 명소같이, 볼거리가 있는 걸 만들어서 주변이 사람이 많이 모이게 하는 전략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프리몬트 스트리트(Fremont Street Experience)가 있어요. 천장에 하늘을 비추기도 하고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요. 그런 것 괜찮을 것 같아요. 지나가는데, 어떤 특별한 경험을 최첨단의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서울시는 본연 모습 그대로 남겨진 지하 공간을, 단순 개방 목적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인데요.

시민 아이디어를 직접 받아 전문가들과 함께 이 비밀 공간의 활용 용도를 정할 계획입니다.

-기획: 김가희
-취재: 이채연
-영상 취재: 이병권
-편집·CG: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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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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