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강원도 속초에 있던 임신부가 분만실을 찾지 못해 200km 떨어진 서울까지 헬기로 이송됐습니다.
지방의 열악한 의료 시설과 당직표를 착각한 의료진의 실수가 겹쳤습니다.
매번 구급 대원이 전화를 돌릴 게 아니라 한번에 빈 병실을 찾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강경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19 대원들이 만삭의 임신부를 소방헬기에 옮깁니다.
200km 떨어진 서울 종합병원으로 긴급 이송하는 겁니다.
지난 6일 새벽 4시 반쯤 강원 속초시 한 리조트에서 30대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습니다.
[조광희 / 속초소방서 소방장]
"양수가 출혈과 함께 터진 상태였고 자궁 경부는 열리지 않는 상태였고요. 아기가 거꾸로 들어서 있다고, 바로 얘기해 주셨어요."
당장 분만수술이 필요한 긴급한 상황,
가까운 속초지역 병원은 마취과 의사가 없어 수술이 어렵다며 이송을 거절했습니다.
인근 강릉 대형병원도 5개 분만실이 꽉 차 수술과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200km 떨어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고, 소방헬기까지 동원한 끝에 임신부는 출산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서울보다 28배나 넓은 강원도에서 긴급 분만수술할 여건도 안 될 만큼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면에는 의료진의 잘못된 대응까지 겹쳤던 사실이 채널A 취재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마취의가 없어 수술을 못한다고 했던 속초 지역 병원이 실제론 마취과 의사와 수술팀이 당직을 서고 있었던 겁니다.
병원 측은 당시 연락을 받은 간호사의 실수라고 해명합니다.
[속초 병원 관계자]
"6일이 휴일이다 보니까, 이제 선생님들은 당직을 서고 있었는데 당직표를 잘못 보셨나봐요. 전화상으로 마취과 선생님이 안 계셔서 수술이 불가하다는 형태로 답변을 드렸나봐요."
구급대원이 일일이 병원에 전화를 돌려 병상 유무 등을 확인하는 현재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런 사태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이희정
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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