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수가 소리내다] “골조공사 현장소장, 조폭까지 낀 20개 노조와 협상해야 한다”

중앙일보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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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면서 ‘절차탁마’라는 말이 노동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지식인이 동료에게 열심히 학문 연구를 독려하고 인격 수양에 힘쓰라고 현학적으로 쓰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할석팀에서 일하다 보니 절차탁마라는 말이 자르고(切), 깎고(磋), 쪼고(琢), 가는(磨) 공정의 용어라는 것을 알았다. 이 노동 용어를 공자가 아주 격식 있는 말로 사용하면서 고상한 정신적 가치 추구의 용어가 됐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예전이 지금보다 노동을 보는 시각이 더 높았던 거 같다. 할석은 콘크리트 타설 이후 거푸집을 떼어 냈을 때 벽면이 똑바로 나오질 않고 굽거나 튀어나오면 바르게 모양을 잡아주는 공정이다.
 
그런데 학문적으로 절차탁마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 분들이 노동 현장을 평하는 것은 마치 공과 함께 뛰지는 않고 가슴으로만 뛰며 축구 감독을 하려는 관중들의 입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건설 현장에서 어떤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면서 진영의 논리에 따라 이념이라는 안경을 끼고 이 나라가 노동을 경시하고, 노동자를 무시하고, 노조를 불온시하는 후진적인 나라라고 말하는 것은 그저 선동일 뿐이며, 자신을 뽐내기 위한 말 잔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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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립 노조와 거대 이권 카르텔
건설 현장에선 젊은 층 사라져

   
전문건설업종인 골조공사의 현장 소장은 공사가 시작되면 먼저 20여개의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한다. 원도급에서 하도급을 받은 전문건설회사는 공정별 전문인력회사들과 다시 노무 계약을 맺어 공사를 진행해 나가는데, 이때 노조가 끼어들면서 자신들의 조합원들을 고용하라고 요구한다. 노조 설립 요건이 간단하여 노조가 우후죽순 많이 ...

기사 원문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0854?cloc=daily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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