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7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성 온천 호텔이 문을 닫습니다.
대통령과 총리의 단골 숙박지로 올림픽 선수촌으로 한때 명성이 자자했던 곳인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김태영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쌀쌀한 날씨에는 온천이 제격이죠.
이렇게 야외족욕장에도 온천을 즐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뜨겁던 온천산업이 점점 식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190개 객실과 대규모 온천 시설이 있는 유성호텔입니다.
1915년 개장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숙박하고, 88서울올림픽 당시 선수촌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100년 넘게 이어온 이 호텔은 내년 3월 문을 닫습니다.
방문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저녁시간 호텔엔 불 켜진 객실이 거의 없습니다.
[성시명 / 대전 서구]
"안 가는데요. 지금이야 내 집에서도 다 목욕을 할 수 있고 하니까 아무래도 안 가죠."
1994년 국내 첫 온천관광특구로 지정된 대전 유성온천은 2019년만 해도 470만 명 이상 찾는 인기 관광지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2년 뒤100만 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인근 다른 호텔은 개장 3년 만에 공매에 넘겨졌고 여러 번 유찰을 겪다 부분 매각되기도 했습니다.
전남 구례에 있는 온천 관광지입니다.
인적은 뚝 끊겼고 텅 빈 주차장엔 풀만 무성합니다.
1997년 전남 첫 관광특구로 지정될 때만 해도 지역 경제에 효자가 될 거란 기대가 컸습니다.
현실은 달랐습니다.
2015년 29만 명이 넘던 관광객은 5년 만에 86% 넘게 줄었고, 이후엔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곳을 대표하던 온천랜드마저 3년 전 문을 닫았습니다.
곳곳엔 문을 닫은 숙박업소들이 있고, 임대 현수막도 걸렸습니다.
[숙박업소 관계자]
"건물이 다 썩어 자빠진 거예요. 다 문 닫았어요. 지금."
문을 연 식당도 하루 개시조차 버겁습니다.
[식당 주인]
"사람이 없으니까 다 죽을 맛이에요. 카드값을 못 막아서 대출 내서 냈어요."
지금 오후 6시가 넘었는데요.
관광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취재진 카메라 조명을 끄면 빛도 없이 캄캄합니다.
문을 연 가게는 손에 꼽을 정도.
지나가는 차량도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구례군은 민자 휴양 시설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건물을 팔겠다는 사람들만 몰립니다.
[부동산 관계자]
"판다고 내놔도 거래가 돼야 말이죠. (지금은 내놔도 산다는 사람이 있어요?) 없죠."
전국에 온천지구는 66곳.
상당수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관광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인기가 시들해진데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우를 주목합니다.
전국 3천 개 넘는 온천이 있는 일본에선 지역 특성에 맞는 축제 등을 연계해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김흥렬 / 목원대학교 항공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다양한 요소들의 체험거리들이 겸비돼야 하는데, 사람들이 와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들, 체험하는 쪽으로 가야."
온천이라는 천혜자원이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시설과 서비스, 이미지 등에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현장카메라 김태영입니다.
영상취재:박영래 정승환
영상편집:정다은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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