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날이 추워지면서 겨울 철새가 우리나라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철새 때문에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는 곳들이 있는데요.
현장카메라 정다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경기 수원시 도심에 나와 있습니다.
행인들이 수시로 다니는 거리인데요.
그런데 머리 위 전선줄에 까마귀떼가 빼곡하게 앉아있습니다.
이 까마귀 때문에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그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도심 곳곳이 까마귀떼에 점령 당했습니다.
배설물에 맞지 않으려고 머리를 가려보기도 합니다.
[서현주 / 경기 수원시]
"집이 저쪽인데 여기로 못 지나갈 것 같아서. 아까 똥 떨어지는 소리 났거든요. 밑에 똥 바다예요 바다. 웬일이야."
요즘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은 까마귀 배설물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까마귀를 쫓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이 동원됩니다.
[식당 주인]
"똥 싸는 게 재수 없어서 그래. 똥 싸는 거. 하얗게 가게 앞에 똥 싸면 누가 기분 좋아."
까마귀가 지나간 자리, 차량과 도로는 배설물로 뒤덮였습니다.
[김성욱 / 자동차 정비업체 관계자]
"똥이 묻으면 이게 산화가 돼서 (페인트가) 벗겨지니까 저희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해놨어요."
[수원 시민]
"여기가 응가들로 아주 하얘서. 냄새가 말도 못해요. 냄새가 막 썩은 냄새 나고."
이 까마귀의 정체는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입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날아온 겁니다.
도심에 대량으로 등장한 건 신도시 조성이나 택지 개발로 서식할 수 있는 숲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낮에는 도심 주변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한 뒤, 해가 지면 천적이 없는 도심에 모이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시에서는 대응반까지 꾸려 레이저로 까마귀떼를 쫓아내고 있습니다.
[이정아 / 수원시 까마귀 퇴치 기동반]
"지금 여기서 날려버리면 어쨌든 다른 데로 날아가서 또 다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최대한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요."
큰부리까마귀는 사람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전승우 / 경남 창원시]
"통화하고 있는데 뒤에서 이렇게 손가락으로 쫙 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세게 꼬집는 느낌. 너무 무서웠죠. 그 다음부터는 까마귀 소리만 나면 주변을 이렇게 두리번두리번하고."
마트 앞에 진열된 상품을 먹기도 합니다.
[마트 관계자]
"아무거나 다 뜯어요. 휴지도 뜯고. 가벼운 건 물고 날아가요."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창원시 관계자]
"피해가 있다 하면 포획단이 퇴치하거나 잡는데 아무래도 새들 같은 경우 도심에 있다 보니까 총기를 쓰기에는 힘든 감이 없잖아 있죠."
[이기섭 /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
"야간에 까마귀들이 안정적으로 잠을 잘 수 있도록 어떤 대책을 세워주면 다른 데로 안 가고 그쪽으로 계속 가서 머무르지 않겠는가."
서식지를 잃은 까마귀들.
대체 서식지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람과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입니다.
PD : 윤순용 장동하
AD : 석동은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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