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남미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결국 실패하고 말았죠.
그러나 우파 정권도 답이 되진 못했습니다.
팬데믹이 부른 경제 양극화가 ‘분홍색’으로 상징되는 좌파 정권 열풍을 다시 불러냈습니다.
브라질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12년 만에 재집권하면서 정점을 찍었는데요.
그럼 이제 국제정세는 또 어떻게 바뀌는 걸까요.
세계를 보다 권갑구 기자가 예측합니다.
[기자]
고속도로 상하행선 모두를 긴 트럭들이 틀어막았습니다.
도로 위에는 불붙은 타이어가 내뿜은 시커먼 연기가 가득합니다.
[현장음]
"룰라, 도둑아! 넌 감옥 가야 돼!"
현지시각 지난달 30일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룰라 전 대통령이 1.8% 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12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직후 대선 불복 시위가 번졌습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
"함께 나아갑시다. 이 나라에서 웃을 수 있는 권리를 되찾을 겁니다."
극심한 분열 양상에 내란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권력 이양 선언으로 차츰 진정되는 분위기입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 브라질 대통령]
"여러분만큼 저도 슬프고 속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합니다."
2018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에 '중남미 우파의 보루'였던 콜롬비아, 그리고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이자, 중남미 최대국인 브라질까지.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개국 모두에 좌파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을 상징하는 극단적인 '레드'보다는 온건한 좌파를 표방하는 '핑크 타이드', 즉, 분홍 물결이 시작된 겁니다.
1998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당선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 남미 12개국 중 10개국에서 좌파 정부가 들어섰던 1차 핑크 타이드가 경제위기와 부패 등으로 막을 내린 지 10여 년 만에 시즌 2를 맞은 셈입니다.
코로나19 사태 방역 대처 미흡, 그로 인한 경제난과 양극화 가중 등이 기존 우파 정권의 패배 요인이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핑크 타이드 재확산으로 중남미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 속에 집권한 중남미 좌파 정권들이 투자 큰손 격인 중국에 대한 밀착도를 높여갈 것이란 전망입니다.
신흥도상국 '브릭스'의 일원인 중국은 지난해 브라질에 사상 최대인 8조 원의 투자를 결정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룰라의 재집권으로 브라질 외교의 우선 순위가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승호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중국이 해외 직접 투자를 중남미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많이 하고, 미국을 배제한 지역 기구에 굉장히 활발하게 참여하고. 중국의 영향력이 중남미에서 굉장히 커지고 (있습니다.)"
패권 경쟁자, 중국을 인도·태평양권에 묶어두려 했던 미국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보다 먼저 룰라 대통령에 축전을 보내는 등 뒷마당을 지키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세계를보다 권갑구입니다.
영상취재 : 김기열
영상편집 : 형새봄
권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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