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흔히 기네스 북에 등재됐다고 하면 스포츠 예술 과학 등 어떤 분야의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진기록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약 70년간 총 6만 건의 기록들이 등재됐는데, 최근에는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되고 있단 지적이 제기됩니다.
세계를 보다, 권갑구 기자입니다.
[기자]
생수를 입에 가득 채워 넣더니 신호가 떨어지자 물을 줄줄 뱉습니다.
이 남성이 쉬지 않고 물을 쏟아 낸 시간만 5분 52초.
최장 시간 세계 신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손톱 10개 합산 길이가 13m가 넘는 여성부터, 몸을 웅크렸다 펴기를 1시간에 1000개 넘게 한 사람까지.
분야도, 기록도 다양한 이들은 기네스 기록 보유자들입니다.
[다이애나 암스트롱 / 가장 긴 손톱 보유자]
"지퍼 달린 청바지는 입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손톱이 지퍼에 끼면) 큰 일이 나거든요."
1955년 첫 출간된 기네스북에 등재된 기록만 현재까지 6만5000건이 넘습니다.
기네스 기록 도전 분야는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정합니다.
심판 섭외 비용도 개인이나 단체가 부담하는데요,
개인은 최대 1100만 원, 단체도 많은 경우 7억 가까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적지 않은 비용에도 세계인들의 도전은 끝이 없습니다.
[에릭 헤르난데즈 / '축구공 차기' 최장 시간(12시간 6분) 기록 보유자]
"젊은이들이 의지를 길렀으면 합니다. 재능이 아닌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의지가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한 여성은 전기차를 타고 세계를 3만km나 여행하며 전기차 최장 주행 기록을 받았습니다.
[렉시 앨포드 / 탐험가]
"말조차 나오지 않아요. 전기차를 타고 세계를 여행할 수 있었던 건 제 인생의 영광입니다."
알고 보니 이는 미국의 한 자동차 회사가 새 전기차 홍보를 위해 추진한 캠페인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또 축구장 5개 규모(3만7000여㎡)의 세계에서 가장 큰 치과 병원 건립부터 3200개 드론을 띄워 만든 '최다 드론 공중 조명쇼'까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에만 56개 분야에서 기록을 추가했는데, 영국 더타임즈는 "사우디가 오일머니로 기록을 사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2009년 기네스가 기록 컨설팅 부서를 만들며 홍보성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고, 다른 외신들도 책 판매 수익이 줄어들자 다른 수익 사업을 찾으면서 돈벌이에 나섰다고 보도했습니다.
채널A는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기네스 기록 측에 메일을 보내봤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기네스 기록 등재는 한국기록원이 중개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분수와 24시간 동안 e스포츠 우승을 가장 많이 한 나라 등의 내용이 등재 돼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권갑구입니다.
영상편집 : 이승은
권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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