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잃은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 이번 아프간 사태는 다시 한 번 똑똑히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목숨을 건 탈출을 해도 평범한 삶을 되찾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도움을 꺼립니다.
오늘은 난민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세계를 보다 김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카불에서 나고 자란 26살 아프간 유학생.
고향은 이제 갈 수 없는 땅입니다.
[기자]
"카불에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레자 안와리 / 한국 체류 아프간 유학생]
"절대 없어요. 너무 무서워요."
어린 조카들과 가족들은 이란으로 피난갔지만 언제 또 잡혀갈 지 모릅니다.
[레자 안와리 / 한국 체류 아프간 유학생]
"(이란) 경찰이 잡으면 바로 (아프간으로) 보낼 수도 있어요. (조카들은) 당연히 공부 할 수 없어요. 아이디(신분증) 같은 거 없어요. 학교도 못 가요."
한국과의 인연으로 '특별 공로'를 인정받아 일부 아프간인들이 한국 땅을 밟았지만 이들도 사실 난민입니다.
난민이란 전쟁,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차이로 박해를 피해 외국으로 탈출한 사람을 뜻합니다.
쭈그려 앉는 비좁은 수송기라도 탑승한 난민들은 운이 좋은 편입니다.
대부분은 중간에 차를 얻어타거나 짐을 들고, 아이들 손을 잡고 걸어서 국경을 넘어야 합니다.
[페로즈 / 아프간 난민]
"걸어서 열흘 만에 이란 국경에 다 닿았고 이제 12일째입니다. 목마름과 배고픔을 견뎌왔어요."
파키스탄이나 이란 등 주변국에 가장 많은데 올해만 100만 명의 추가 난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내전 중인 시리아나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은 베네수엘라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운좋게 국경을 넘어도 인근 난민촌에서 겨우 살아갈 뿐입니다.
[카이저 칸 / 주파키스탄 유엔난민기구 대변인]
"난민의 85%를 가난한 개도국이 수용하고 있고 선진국은 15% 밖에 안돼요. 선진국이 난민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선진국 중에선 독일이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지만, 터키는 늘어나는 범죄와 테러 위협에 장벽을 높이고 감시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우리도 이제 남일이 아닙니다.
3년 전 제주도에 예멘인 484명이 들어왔지만 당시 부정적인 여론에 난민 인정은 단 2명에 그쳤고, 가족도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피란 통에 부모도 없이 전쟁터를 놀이터 삼아 노는 아프간 아이들.
이 아이들 역시 어디론가 떠도는 난민이 된다면 비극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음]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타미나 자키 / 아프간 난민]
"가장 큰 두려움은 우리 아이들과 여성, 모두의 미래가 끝났다는 것입니다."
난민들은 자신을 전쟁의 희생자였고 지금은 불확실한 미래의 희생자라며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김민지입니다.
영상취재 : 김명철
영상편집 : 이혜진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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