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경제 위기 공포 속 두달째 헛바퀴…국회 언제 일하나
[앵커]
각종 복합 악재로 우리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위기에 신속히 대응해야 할 국회는 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 대응해야 할 민생경제 현안이 산적한데도 원 구성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데요.
갈 길이 바쁜데 여야는 왜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인지, 서혜림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지난 일주일간 여야 회의 테이블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말, 민생입니다.
국민의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민생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먹고 사는 문제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민생의 최우선 과제로 유류세의 탄력적 운용, 장바구니와 연결된 관세 조정 등 국민 삶부터 착실히 챙겨나가겠습니다."
"물가와 화물자동차 파업부터 시작해 종합적인 민생안정대책을 빠르게 마련하겠습니다. 필요한 입법조치를 서두르겠습니다."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민생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건 그만큼 '민생문제를 해결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크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현상 등이 맞물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이에 따른 미국 금리의 수직 인상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
여기에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 조건인 안전운임제 일몰 문제 해결 역시 국회에 던져진 숙제입니다.
다만 문제는 여야의 말과 행동이 따로라는 점입니다.
관련 입법을 처리하려면 국회를 열어야 하지만, 의장단도 없고 상임위도 없는 국회 공백 사태는 오늘로 21일째입니다.
이는 여야가 21대 국회의 후반기 운영을 위한 원 구성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탓입니다.
국회법은 의장단과 상임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원 구성을 해야 하는데 여야가 그 과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원 구성 협상은 이렇게 지지부진한 것일까.
그 이유는 여야의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입니다.
원 구성 협상의 핵심은 의사진행권의 배분, 즉 법안의 심의 의결을 위한 회의의 조정권을 가진 상임위원장석을 나누는 일인데요.
결국 여기 보시는 17개 상임위와 예결특위, 윤리특위 위원장 등을 어떻게 나눠 갖느냐에 따라, 법안을 포함한 각종 안건에 대한 '컨트롤' 권한이 결정되는 겁니다.
현재 원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이 법사위인 이유도 법사위가 법원·검찰 관련 법안을 다루는 동시에, 다른 모든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의 자구심사까지 담당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법안 처리를 위한 '최종 문고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또한 협상이 더욱 본격화하면 국가 재정 정책과 예산을 다루는 예결특위와 기재위도 쟁점이 될 수 있고, 대통령실을 감시하는 운영위 역시 중요한 협상 레버리지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약속을 원점으로 돌리자, 법사위 권한 체계 자구 심사권을 없애는 방향으로 대폭 축소하자는 등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주장들을 민주당이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습니다."
"전직 원내대표 간의 법사위원장에 관한 합의는 그동안 상원처럼 월권을 행사해온 법사위의 기능을 정상화하자는 게 그 전제였습니다. 하지만 그 전제가 된 여야의 약속은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고…"
그런데 원 구성을 둘러싼 수 싸움은 여야 사이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당내 정치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여야가 상임위원장석을 갖고 샅바싸움을 한다면, 각 당내에서는 어떤 상임위의 위원으로 배정되는지를 놓고 의원들 간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는 건데요.
특히 교통, 부동산 문제를 직접 다루며 지역구 숙원사업을 챙길 수 있는 국토위, 각종 산업 정책과 중소기업 문제를 다루며 지역구 중견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챙길 수 있는 산자위는 희망자가 쇄도하는 인기 상임위입니다.
반면, 지역 현안과 거리가 먼 이슈를 다루는 외통위와 국방위는 신청 미달 사태를 겪곤 하죠.
지난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각각 외통위와 국방위를 지망한 건 대권 준비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지만, 비인기 상임위 자리를 먼저 채우면서 당내 '민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후문입니다.
이렇게 얽히고 설킨 여야의 셈법.
이로 인해 국회의 '늑장' 원 구성은 매 국회마다 반복돼온 문제이기도 합니다.
1987년 개헌 이후 구성된 13대 국회부터 지난 20대 국회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하는 데에 평균 41.4일이 걸렸는데요.
각 국회의 후반기 원 구성만 놓고 보면, 지난 15대에는 무려 79일이 걸렸고,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원 구성까지 57일을 끌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죠.
현 21대 국회를 향한 의구심도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민생을 외치지만 실제론 '의회 권한 나눠먹기'를 앞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이 우려를 먼저 해소하는 게 여야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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