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지만 나하곤 상관없어"…쪽방촌 쓸쓸한 어버이날
[앵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어버이날, 가족간의 만남은 어느 때보다 애틋할 텐데요.
홀로 지내는 쪽방촌 주민들에겐 남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늘진 표정 속 심경을 강현빈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두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비좁은 골목길, 곳곳에 그려진 벽화만이 무심하게 낯선 손님을 맞이합니다.
녹슨 슬레이트 지붕에 전깃줄이 어지럽게 얽혀있고, 비좁은 방이 미로처럼 들어찬 이곳은 영등포의 쪽방촌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5월 가족들의 재회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단란한 모임도 웃음소리도 쪽방촌 주민들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입니다.
쪽방촌 주민 대부분은 연고 가족이 없거나, 가족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홀로 지내온 30여년의 세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어버이날은 여전히 부럽고 견디기 힘든 시간입니다.
"최고로 힘든 것은 다른 사람들 보면 가족들끼리 모여서 이야기 하고. 그게 최고로 탐나죠."
못내 아쉬운 마음에도 부모에겐 바쁜 자식들 생각이 먼저입니다.
"어버이날이 한번 두번이에요. 매년 5월 8일 되면 어버이날 나오잖아요. 그런 거 신경 안해요.…(자녀들은) 다른 데 살고 하니까 연락도 받지도 않고 전화도 안해요. 바쁘니까."
30년 넘게 자녀도 부모도 없이 지나온 세월에 외로움은 굳은살이 됐습니다.
"이제 외롭고 그런 건 이골이 난 사람이라서 그런 거 모르고 살아요…어버이날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그만 이렇게 살다가 가는 거지"
이제는 가족의 얼굴조차 어렴풋한 쪽방촌 주민들에게도 5월의 여덟번째 날은 어김없이 또 찾아왔습니다.
연합뉴스TV 강현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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