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려 11년 전 시작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아직까지도 피해 구제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옥시와 애경, 두 회사가 피해 보상 조정안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피해자는 피눈물을 흘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1774번째 사망자가 됐습니다.
제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장음]
(몇 년 만에 밖에 나왔어? 3년, 3년 만에 밖에 나왔어?)
산소호흡기를 끼고 힘겹게 글씨로 소통하는 여성.
11년 전까지 건강하게 코트를 누비던 배구선수 출신 코치 안은주 씨입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쓴 뒤 폐질환이 찾아와 두 번의 폐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목소리를 잃고 온 몸이 굳었지만, 제대로 사과도 받지 못한 채 지난 3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안희주 / 故 안은주 씨 언니]
(피해자분들 개인에게 사과를 하거나 유감을 표현한 적이 있나요?) 없지 않겠습니까. 없으니까 누워서도 옥시는 사과해라 그런 글을 적어서…
10년 넘게 병마와 싸우는 동안, 아들과 딸의 유년시절은 눈물로 얼룩졌습니다.
[손순민 / 故 안은주 씨 아들]
제가 지금 23살(입니다). 11살, 초등학교 때부터 아프셔서. 나아지는 모습이 아니라 계속 악화되는 모습만 보이니까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두 번의 폐이식 수술비와 각종 치료비 때문에 온 가족이 빚더미에 올랐습니다.
[안희주 / 故 안은주 씨 언니]
남동생 집도 담보 잡아 1억 5천만 원 내고 이 땅도 다 (담보로) 은행 대출 받아서 동생 병원비 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살균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옥시와 애경이 지난달 보상액 비율 등을 이유로 조정안을 거부했습니다.
[안희주 / 故 안은주 씨 언니]
현재 조정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그때 표정이 어떠셨어요?) 눈물을 흘렸지요. 눈물을 흘리는데 피 눈물, 붉은색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얼마나 억울하고 얼마나 분하겠습니까. 청춘을 병원에서 다 보냈는데.
조정위는 오늘 활동을 연장할지 결정하려는 회의를 열었습니다.
옥시와 애경 두 회사는 끝내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피해 구제는 11년째 제자리 걸음.
피해자들은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희주 / 故 안은주 씨 언니]
내 동생은 가고 없지만 지금 남아 있는 피해자들이라도 살려고 하는 저 피해자들이라도 따뜻하게 안아주고 챙겨주면 좋겠습니다.
여인선이 간다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