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워치] "썩어 못 먹는 구호물품"…상하이시, 불량물자 시인
[앵커]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데요.
설상가상으로 봉쇄지역 주민에게 유통기한이 지나 상하고 악취가 나는 생활물자를 지급해 논란입니다.
베이징을 연결해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임광빈 특파원.
[기자]
네, 베이징입니다.
[앵커]
대체 어떤 물건들을 주민들에게 지급한 것인가요?
[기자]
"상하이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양심 없이 돈을 벌고 있느냐"는 내용과 함께 중국 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면 상황이 참 어처구니없습니다.
봉쇄된 지역의 한 주민이 직접 받은 생활물자라며 단체 대화방에 오리고기 사진을 올려놓았는데요.
곳곳에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해당 제품 포장지의 제품번호를 검색해 봤더니 지난 2020년 12월 생산 허가가 취소된 회사의 제품이라는 겁니다.
이미 2년 전 폐업한 회사의 국수를 받았다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는데요.
구호물자와 함께 배송된 코로나19 항원검사 키트의 제조 일자가 무려 2202년으로 적혀 있습니다.
가짜로 의심되는 상황인데, '미래에서 온 검사 키트를 보낸 것이냐'는 조롱이 이어집니다.
식용유의 생산 일자가 배송 당일 아침이라는 점도 제품을 이른바 '짝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안 그래도 봉쇄에 지친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데요.
상하이시 당국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일부 불량 물자가 확인됐다고 시인하며, 불량제품을 공급한 업체들을 식품안전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같은 주민들의 고통스런 생활은 중국의 TV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서는 전혀 들을 수 없는데요.
SNS에 올라오는 글도 금방 사라진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관영매체를 통해서는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당국의 입장만 들을 수 있습니다.
격리시설의 잘 정돈된 모습이라던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주민들의 분노는 전혀 들을 수 없습니다.
대신 SNS에서는 당국의 봉쇄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당국의 강력한 검열과 통제로 지워지기 일쑤입니다.
지난주 이 시간 '상하이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목록'이란 제목의 SNS 글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상하이 봉쇄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거나, 우울증 등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의 사례가 적혀 있는 게시물이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오전 70건이었던 게시물이 오후 무렵 100건까지 늘었지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이내 삭제됐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저질 물자 지원으로 상하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상하이시 당국은 이번에도 여론 통제를 강화했는데요.
상하이시는 SNS 단체 대화방 30여 곳의 계정을 중지하면서 코로나19 방역 관련 허위사실과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 불안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지독한 방역 정책을 못 이겨 중국을 떠나는 사람도 늘고 있죠?
[기자]
주중 영국 상공회의소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 국제학교가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2022~2023학년도 중국 국제학교 교사의 이직률은 최소 4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이들 교사가 대체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 가족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이주할 것이고, 중국으로 오려고 계획했던 이들은 또 다른 곳을 알아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중 영국 상공회의소 스티브 린치 이사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봉쇄는 분명 중국을 떠나는 외국 인재들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중국 주재 영국, 미국, 독일, 유럽연합 상공회의소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의에서 중국의 방역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기대한 답변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지난 11일 상하이에 거주하는 자국 총영사관의 비필수 인력에 대한 철수를 명령하면서, 이는 현지의 코로나 확산과 봉쇄 조치 영향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한편, 중국 SNS와 포털 검색어에도 '이민'이라는 단어가 급증했는데, 외국인 뿐 아니라 중국인들조차 봉쇄를 참지 못하고 탈출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상하이시 당국도 봉쇄 상황이 길어지는 데 부담일 텐데요, 강도 높은 캠페인을 시작했다고요?
[기자]
당국은 '사회면 제로코로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상하이의 봉쇄 완화 조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회면 제로 코로나'는 격리시설 밖에서는 코로나 신규감염자가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을 말하는데요.
상하이시는 목표 달성을 위해 오늘부터 2천 5백만명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PCR 전수검사를 시작하는 등 9대 행동 캠페인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캠페인 중에는 일부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사람들의 이동도 더욱 억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통제구역'에서는 매일 한 차례, '관리통제구역'과 '방어구역'에서는 최소 한 차례 PCR 검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주민들이 자가격리 중인 '통제구역' 또는 '관리통제구역' 시민은 대략 전 시민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장보기와 같은 제한적 외부 활동이 허용돼 온 '방어구역' 주민 역시 실제로는 대부분 단지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상하이에서는 수일째 코로나 관련 사망자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오히려 열악한 격리시설에 강제수용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고요?
[기자]
상하이에서는 지난 17일 코로나 관련 사망자가 3명 처음 나왔습니다.
그리고 매일 사망자가 나오면서 최근 닷새 동안 36명이 보고됐습니다.
방역 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의 백신 미접종자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중국에서 코로나 관련 사망자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근의 상황은 이례적입니다.
어제 기준 중증 환자수도 159명으로 하루 전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는데요.
방역 당국은 상하이의 60세 이상 인구 백신 접종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