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가면 가로수로 버드나무와 미루나무가 죽 늘어서 있습니다.
가격이 싸고 빨리 자라며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중국이 1970년대부터 가로수로 많이 심었는데요,
문제는 황사 못지않은 골칫거리가 봄이면 눈덩이처럼 내린다는 겁니다.
이게 뭘까요?
<세계를 가다> 사공성근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4월마다 함박눈처럼 대기를 가득 채운 하얀 꽃가루 덩이.
건조한 날씨 속에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베이징 전역으로 퍼집니다.
[황모 씨/ 베이징시 주민]
"꽃가루 때문에 비염이 심해졌어요. 매일 콧물이 나고 재채기를 합니다. 하루종일 휴지로 코를 닦아서 코가 아플 정도입니다."
호수 수면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꽃가루에 뒤덮였는데요,
베이징 시내에는 이처럼 꽃가루를 내뿜는 나무가 28만 그루 자라고 있습니다.
4월 들어 북서쪽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몰려오는 황사를 막기 위해 1970년대 베이징은 대대적인 녹화 사업을 벌였습니다.
빨리 자라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도 잘 흡수하는 버드나무와 미루나루를 선택했지만, 꽃가루가 불러올 문제는 내다보지 못했던 겁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암나무 한 그루당 해마다 1kg 정도, 모두 28만 톤 넘는 방대한 꽃가루가 베이징 전역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호수를 뒤덮은 꽃가루를 연신 걷어내보지만 머지 않아 수면은 다시 하얗게 변합니다.
실내로 피하지 않는 이상 꽃가루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기름 성분이 있는 꽃가루는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만이 아니라 화재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차량 틈새에 끼어있던 꽃가루에 작은 불씨가 옮겨 붙어 폭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당국은 꽃가루가 습격하는 봄철에 물을 뿌리고 암나무의 발화를 막는 약물까지 주입해보지만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베이징에서 자라는 나무를 모두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중국 전역에서 알려진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2억 명 규모.
수십년 동안 이어진 꽃가루 피해에 이젠 익숙해졌다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따이나 / 베이징시 주민]
"베이징에 살아왔기 때문에 익숙하고, 별 불편이 없습니다"
[신펑호/ 허베이성 주민]
"지역마다 기후적인 특색이 있고, 주민들은 적응하기 마련입니다."
미세먼지와 황사보다 베이징 시민을 더욱 위협하고 있는 봄철 꽃가루 폭탄.
미숙했던 녹화사업이 원인이기에 뚜렷한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채널A 뉴스 사공성근입니다.
사공성근 베이징 특파원
영상취재 : 위진량(VJ)
영상편집 : 이혜진
사공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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