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프랑스가 러시아 모스크바 같다고 합니다.
혹한 추위에 폭설까지 내려 얼어 죽는 노숙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독감에 코로나까지 다시 유행하고 있는데요.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는 유럽의 겨울 <세계를 가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기자]
파리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개선문에 굵은 눈발이 날립니다.
순식간에 도로가 얼어붙었고 차들은 속도를 줄이며 운전합니다.
엄청난 눈발에 에펠탑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영상을 웃도는 포근한 겨울 날씨로 눈 보다는 겨울비가 유명한 파리에 최근 이례적인 폭설이 내렸습니다.
갑자기 10도 이상 뚝 떨어지며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는 등 혹한이 닥쳤습니다.
갑작스런 한파는 이른바 '모스크바 파리' 현상 때문입니다.
'북유럽에서 찬 공기가 갑자기 내려와 한파가 닥친다'는 기상학 용어로, 올해는 기상 이변 탓에 한파의 정도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겁니다.
평소에는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한파가 계속되며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마이클 샌도마우로 / 미국인 관광객]
"(너무 추워서) 바지를 두 벌 입고 옷도 여러 벌 함께 입었어요. 장갑하고 모자도 쓰고요."
깜짝 한파는 파리와 그 외곽지역에 머물고 있는 최대 5만 명 규모의 노숙인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하수구 근처는 이들의 명당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얼어 죽는 노숙인들이 생겨나자 정부는 호텔과 학교, 체육관 등에 긴급 임시 숙소 274곳을 만드는 등 부랴부랴 대비책을 내놨습니다.
[아부바카/파리 노숙인]
"정말 정말 추워요. 그래도 여기서 잡니다. 나가고 싶어도 (밖이 더 추우니) 그럴 수가 없어요."
극강 한파로 면역력이 약해지다 보니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마저 재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응급 환자는 2달 전보다 56% 늘었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독감과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감기약과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건 당국은 전염병 유행 단계에 직면했다며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습니다.
[브리지트 르빈느 / 파리 시민]
(요즘 노인들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노인뿐만 아니라 면역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마스크를 써야 해요."
혹한은 프랑스 뿐 만이 아니라 다른 유럽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에선 영하 40도의 혹한이 몰아닥쳐 도시가 마비됐고 러시아도 일부 지역에서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등 6개 지역에 한파경보가 발령됐습니다.
파리에서 채널A뉴스 조은아입니다.
영상취재: 이수연 (VJ)
영상편집: 김지향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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