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동해안 대형 산불 당시 초기 진화 장비인 '비상소화장치'가 민가 피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산불 취약지역 3곳 가운데 2곳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아직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실정입니다.
송세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방화로 강릉에서 시작된 산불이 동해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던 지난 5일 새벽.
민기 씨는 연립주택 관리소장과 함께 비상소화장치함에서 150m 길이 호스를 끌고 와 물을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연립주택 단지 안 LPG 저장소 앞까지 불길이 들이닥친 일촉즉발의 상황.
이들이 구축한 방화선 덕분에 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연립주택을 화마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민기 / 동해시 망상동 통장 : 비상소화장치가 없었으면 저희 LPG 저장고와 아파트가 화마에 휩싸일 수 있었는데….]
이 마을 주민들도 비상소화장치로 물을 뿌리며 무려 15시간 동안 산불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소방차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축사와 주택은 단 한 채도 불에 타지 않았습니다.
[김종섭 / 동해시 망상동 : 우리가 산불을 방어했죠. 안 그랬으면 두 집과 축사에 소가 50마리 있어요. 다 탔죠.]
비상소화장치는 소화전과 호스가 미리 연결돼 있어 노즐만 돌리면 이렇게 물이 나옵니다. 불이 났을 때 누구나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2년 전 행정안전부가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산불 취약 마을은 강원 동해안 지역에서만 2,800곳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된 마을은 지금까지 820곳에 불과합니다.
비상소화장치 한 대당 가격은 천만 원가량, 올해는 국비를 지원받지 못해 추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강원도 소방본부 관계자 (음성변조) : 자체 예산으로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서요.]
초동 산불 대응 효과가 확인된 만큼 비상소화장치를 확대 설치하기 위한 예산 지원이 시급해 보입니다.
YTN 송세혁입니다.
YTN 송세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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