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김정은, 농촌발전 목표 제시…대남·대미 메시지 없어
[앵커]
지난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등을 되짚어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2022년 새해 첫 '한반도 브리핑'인데요.
오늘도 정치부 지성림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북한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2022년 사업 계획을 결정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새해 국정운영 방향이 오늘 공개됐는데, 그래서 오늘은 이 얘기를 위주로 할까 합니다.
핵심 내용부터 먼저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이번 노동당 전원회의는 역대 최장으로 5일간 열렸는데, 크게 6개 의제를 논의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크게 2가지로, 하나는 2021년 사업 결산과 새해 사업계획, 둘째로, 농촌 발전 목표를 제시한 겁니다.
북한의 새해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의 원칙과 전술을 제시했다면서도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전원회의 특징은 대외정책보다는 대내 정책, 특히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한 것인데요. 식량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당 정치국에 재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김여정의 공식 서열상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 내용도 전해드릴까 합니다.
[앵커]
네, 그럼 하나씩 짚어보시죠.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의 대남정책과 대미전략이 제일 관심 있을 수밖에 없는데, 김 위원장 연설에 대남·대미 메시지가 전혀 없었나요?
[기자]
김 위원장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2022년도 당과 국가의 사업 방향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새해 국정운영 계획을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연설은 육성 그대로 공개된 것이 아니라 북한 매체가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도했는데요. 조선중앙TV의 경우 아나운서가 김 위원장 연설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일단 북한이 공개한 대외정책 관련 내용은 딱 한 문장뿐인데요. 우선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결론은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그대로 해석하면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남북관계와 대외사업에서 지켜야 할 원칙과 전술을 밝혔다는 건데, 그렇다면 실제 회의장에서는 대남·대미 관련 언급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대남·대미 전략을 논의했다고 해도 한국과 미국에 보내는 공개적인 메시지는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앵커]
며칠 전 통일부가 이번 북한 전원회의에서 대남. 대외 관계 분과를 별도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던데요.
분과 회의에서 대외정책을 심도 있게 논의했을 텐데, 그런데도 정작 대남·대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네요?
의도가 뭘까요?
[기자]
네.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부문별 분과가 구성돼 분과별로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며 그제 관련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들이 각 분과 협의를 주재했는데,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10개의 분과가 구성된 걸 알 수 있습니다.
한 사진에서 대남 담당인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대외관계 담당인 김성남 당 국제부장, 리선권 외무상과 함께 분과 회의를 주관하는 모습이 확인됐는데요.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남·대외관계 분과를 별도로 구성해 논의하는 동향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내부적으로는 대남·대미 입장을 논의하고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의도가 있을 텐데요.
우선, 기존 원칙에서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김 위원장은 작년 9월 말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을 향해 대화의 '선결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 국방발전전람회 기념 연설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했다고 보지 않고, 따라서 자신들이 제시한 '선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기존의 원칙을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한국과 미국을 향해 종전선언 제안에 관심이 없다고 대답한다거나, 아니면 대화에 열려있다, 이런 식으로 뭔가 방향이 정해진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북한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잠시 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지만,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를 올해도 지속할 뜻을 밝혔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는 대외관계에 기대를 걸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상당히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한국에서는 오는 3월 대선이 치러져 5월에는 대통령이 바뀝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대북정책이 달라지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미리 대남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습니다.
또 2월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데, 이때 중국과 서방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북한도 미·중 갈등, 미·러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북한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러시아와 특수 관계인 북한으로서는 이 나라들과 충돌하는 미국을 향해 대화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을 도발하거나 비난해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올림픽을 앞둔 중국이 원치 않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것은 현재로서는 상황을 관리하고 정세 추이를 주시하면서 앞으로 정세 변화에 따라 대응 방향을 고민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한마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