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주간 우리는 시민들의 안전을 외면한 경찰관들의 모습을 봐왔습니다.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르는데도 출동한 경찰관은 현장을 떠났습니다.
스토킹 신고를 받은 경찰이 엉뚱한 곳으로 출동한 사이, 한 여성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권한은 대폭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위상을 흔드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커진 권한만큼,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Q1.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다른 문제가 확인됐다고요?
이 사건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건 사건 당시 여성 경찰관의 '현장 이탈'이었습니다.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르는 걸 보고도 경찰관이 범행현장을 빠져나왔다는 건데, 그 이유에 대해서 해당 경찰관은 이렇게 해명했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는 걸 보고는 119에 구조요청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에 1층으로 내려갔다."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그런데 현장을 이탈한 건 남성 경찰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Q2. 남자 경찰관은 20년차 베테랑이었다면서요, 어떻게 된 일이죠?
당시 남성 경찰관은 신고자인 60대 가장과 함께 빌라 밖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범행현장인 3층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가장과 함께 빌라 안으로 들어가긴 했습니다.
하지만 놀란 표정으로 뛰어나오는 여성 경찰관을 보고는 멈칫했고, 현장으로 올라가는 대신 여성 경찰관과 함께 또다시 빌라 밖으로 나갔다는 겁니다.
경찰은 출동 경찰관 2명을 모두 직위해제하고, 징계절차에 착수했습니다.
Q3. 경찰청장이 결국 사과했군요?
여성 경찰관은 지난해 12월 중앙경찰학교에 들어간 305기생으로, 지난 4월 현장에 배치됐습니다.
그런데 해당 기수의 자체평가 보고서를 보면 "예산문제 때문에 학급당 37명의 교육생 중에 5명만 테이저건을 쏴봤다"고 돼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출동 경찰관들이 권총과 테이저건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창룡 / 경찰청장(그제)]
"(일선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모두 1인당 1발씩 테이저건 실사 훈련을 실시합니다. 실전 위주 시뮬레이션 훈련을 다음주부터 바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Q4. "현장에서 과감하게 물리력을 행사하라"고도 했는데, 실효성이 있을까요?
실전상황에 대비한 훈련이 뒷받침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비용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테이저건의 경우에 한번 발사할 때마다 4~5만의 비용이 드는 상황에서 현장 경찰관 6만 7천 명 가운데, 올해 테이저건 사격훈련을 받은 사람은 10%에 불과했는데, 또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윤호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무력 사용 이후에 올 수도 있는 징계나 처벌, 민·형사상의 소송과 책임, 이런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경찰관들의 무기 사용과 강력한 법집행은 기대하기 힘들죠."
Q5. 위급상황에서도 무기를 사용해도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예요?
경찰의 무기 사용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0년, 흉기를 들고 경찰관을 위협하던 남성에게 경찰이 테이저건을 발사한 사건이 있습니다.
남성은 테이저를 맞고 넘어지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흉기에 찔려 숨졌는데, 이 사건에 대해서 법원은 "70분간 난동을 부리긴 했지만, 테이저건을 사용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경찰관의 대처가 '불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Q6.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강력한 법집행은 불가능해 보이는데요?
길이 40cm의 흉기를 들고 경찰관을 위협하며 도주하는 용의자에게 권총을 쏜 경우, 검문을 피해 달아나는 중학생의 오토바이를 향해 권총을 쏜 경우 모두 상대방이 숨지거나 다치면 경찰관의 잘못이라고 결론났습니다.
경찰관들 사이에선 "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것"이란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데, 실제 2019년 8월부터 1년간, 사건 현장에서 물리력이 사용된 4900여 건 가운데, 권총과 테이저건을 사용한 경우는 각각 0.3%와 3.9%에 그쳤고, 권총이 사용된 14건 중 4건은 멧돼지를 잡는데 사용된 것이었습니다.
무기 사용이 남용돼선 안 되겠죠.
하지만 징계나 소송이 두려워 시민의 안전을 뒷전으로 하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겠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