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굵직굵직한 사건 피의자들을 포토라인에 세운 경찰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이 포토라인에 설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업자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습니다.
"빌렸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계좌엔 7년 가까운 세월, 매달 100만 원의 돈이 입금된 증거가 남아있었습니다.
수천만 원의 돈을 몇년동안, 매달 나눠서 빌렸다는 말을 믿어야 할까요?
경찰 간부가 아니었다면 가능했을지, 되묻고 싶습니다.
Q1. 채널A 탐사보도팀의 단독취재 내용입니다.
경찰이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는 건 혐의가 중하다는 것일텐데요?
문제가 된 경찰관은 지난 6월까지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을 지낸 장모 총경입니다.
총경이면 일선 경찰서의 서장급입니다.
지금은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돼서 직위해제된 상태인데, 정식수사로 전환한지 5개월 만에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2010년대 초반부터 무려 7년 가까운 세월동안 부산지역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챙겼다는 혐의를 받는데,
경찰은 통장에 입금된 돈만 해도 7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2.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나온 겁니까?
장 총경의 은행 계좌였습니다.
매달 100만 원 정도의 돈이 수년간 장 총경의 계좌로 입금된 건데, 경찰은 오랜 기간,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점을 토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으로 보면 뇌물수수 액수가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일 경우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Q3. 뇌물을 받았다면, 대가성을 입증하는 게 중요할텐데요?
경찰대 출신인 장 총경이 해당 업자를 알게 된 건 부산지역에서 수사와 형사업무를 담당하면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2010년대 중반, 장 총경이 서울로 발령을 받아 온 뒤에도 계속해서 돈을 받아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장 총경이 업자의 청탁을 받고 업자, 혹은 업자의 지인과 관련한 사건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데, 돈을 받은 시점에서 장 총경이 근무한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는 대한민국의 주요 강력사건을 취급하는 곳입니다.
장 총경이 역임한 경찰청 폭력계장과 강력계장은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닌데,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서 업자의 청탁을 들어줬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Q4. 돈을 받고 수사기밀까지 누설했다면, 상당히 큰 범죄인데요?
장 총경은 지난 2018년 총경으로 승진한 뒤에도 굵직굵직한 사건을 담당해 왔습니다.
고유정 의붓아들 사망사건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부하직원 성추행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는데, 만약 누군가에게
수사기밀을 누설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경찰의 신뢰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Q5. 장 총경은 뭐라고 해명하나요?
"수십년간 알고 지내는 지인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돈을 빌렸을 뿐이다" "사건 등과 관련한 대가성은 없었으며, 수사가 시작되기 훨씬 전에 돈을 갚았다"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경찰조사에서도 "뇌물의 성격이었다면 증거가 남을 계좌로 받았겠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돈을 갚았다는 시점도 변수입니다.
장 총경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계기는 지난해 말 부산의 한 경찰서로 장 총경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한 진정이 들어면서부터이고, 그 전부터도 관련 소문이 떠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관련 소문이 돌자 장 총경이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업자에게 부랴부랴 돈을 돌려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Q6. 이번 장 총경 말고도 박동주 전 강남경찰서장의 비위의혹에 대해서도 채널A가 단독보도했잖아요. 그 사건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근무시간에 여직원들을 불러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비롯해서
술값 대납 의혹과 건설업자로부터 호화리조트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등 크게 4가지의 의혹을 받아왔는데, 취재결과 경찰이
호화리조트 접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박동주 전 서울강남경찰서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오늘도 묵묵히 시민들을 위해 뛰고 있을 겁니다.
몇몇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고생하는 동료 경찰관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