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남북이 동시에 UN에 가입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UN 동시 가입은 치열한 외교전을 펼친 결과로 남북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의미는 퇴색되고 있습니다.
한연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한 공관원들의 탈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모가디슈'
당시 남북이 교민도 거의 없던 소말리아에 대사관을 두고 외교전을 펼친 건 유엔 가입 때문이었습니다.
"그깟 유엔 가입하자고, 동포까지 팔아먹는 가증스러운 짓거리 그만두라!"
유엔 가입을 위해선 회원국들의 지지가 필요한데 회원국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대 아프리카 외교가 중요했던 겁니다.
"더도 말고 소말리아 대통령이 유엔에서 대한민국 가입을 지지한다는 그 연설 약속만 받아내면 되는 겁니다."
남북이 유엔 가입에 총력전을 펼친 이유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정받고, 상대와의 체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970년대부터 동시 가입을 추진했던 우리와 달리, 북한은 '고려연방공화국'이라는 국호로 단일 가입을 고집했는데,
1988년 올림픽 개최와 1990년 소련과의 수교 등으로 우리의 유엔 가입 노력이 급물살을 타면서 결국, 동시 가입을 하게 됐습니다.
[노태우 / 당시 대통령 (지난 1991년 9월) : 우리는 남북한이 함께 유엔에 가입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믿음으로 이를 추구해왔습니다.]
이후 유엔에 내는 분담금 규모 11위를 기록하며,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남한과 달리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제재를 받으며, 유엔에서의 위상은 극명하게 달라졌습니다.
따라서 '30주년'에 대한 의미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측은 30주년을 계기로 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는 상황.
우리가 자평하는 대로 유엔 동시 가입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한의 평화공존, 통일 여건의 조성 등에 중대한 전기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입니다.
YTN 한연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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