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주사바늘 일부가 몸속에 남겨진 어처구니 없는 의료사고가 있었습니다.
아찔한 사고인데, 환자 입장에서 피해 입증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다시 간다' 우현기 기자의 취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두달 전, 갑자기 오른쪽 손목 혈관 주변에서 강한 통증을 느낀 20대 여성.
[주사바늘 피해자]
"혈관이 찌르는 듯한 느낌이 강해가지고."
병원으로 가 검사를 받았더니, 가늘고 긴 바늘같은 이물질이 발견됐습니다.
그래서 자주 다녔던 지방의 대형병원을 찾아가, 제거 수술을 시행한 결과, 정맥혈관속에서 수액주사 바늘의 앞부분인, 2cm 정도 길이의 플라스틱 바늘이 나왔습니다.
[피해자 엄마]
"(플라스틱 바늘이) 머리나 폐로 가면 정말 위험할 수 있다고"
수액 주사기는 철제 바늘과 이를 감싸는 플라스틱 관으로 구성되는데. 주사기를 주입한 뒤, 날카로운 철제 바늘을 빼내고, 플라스틱 바늘을 통해 여러 수액들을 간편하게 교체하고 연결하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관이 제거되지 못하고 혈관속에 남겨진 겁니다.
피해자측은 입원 등 치료 이력이 많았던 A병원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부비동염 등 각종 질환 때문에 자주 입원을 했었는데, 2018년 8월, A병원에서 오른쪽 손목에 수액주사를 맞은 직후, 이상한 통증이 와서 사진까지 찍어뒀다고 합니다.
[주사바늘 피해자]
"너무 아파가지고 다시 (주사) 맞을 수 없겠냐 하니까 조금만 참으라고 해서 참았는데 너무 이렇게 붓고 하니까 빼고 멍이 엄청 든거예요."
그런데 당일의 간호 일지엔 특별한 기록이 없었고, 이틀 뒤엔, 주사 부위가 부어올라 주사를 제거했다는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피해자와 함께 A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병원 측은 수술비 정도의 도의적 책임은 지겠지만, 잘못을 인정할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A병원 관계자]
"우리 병원에서만 (치료) 받은 게 아니고… 책임을 검토해 볼 수 있는 원인 행위가 특정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입원했던 다른 병원들도, 어느 병원에서 그렇게 됐는지 누가 알겠냐고 되물었습니다.
[B병원 관계자]
"'맞다, 아니다'라고 저희가 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가지고…"
[C병원 관계자]
"주사맞은 위치는요. 보통 어디 맞았는지 기록을 안하는데요."
취재진이 환자 몸에서 나온 플라스틱 바늘을 비교해보니, 24 게이지 주사바늘과 유사했는데,
A, B 두 병원에선 24게이지 주사바늘을 사용하고 있었고, C 병원은 구입내역문서를 제출하지 않아 특정짓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A,B 병원에 주사기를 납품했던 제조사는 대부분 달랐기때문에 정밀감정을 통해 제조사를 특정해 낸다면, 단서가 될 여지는 있습니다.
[이동찬 / 의료전문 변호사]
"(병원 수액주사) 사용 시간과 사용 부서를 특정할 수 있는 절차가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환자 몸에 이상한 물체가 남겨지는 의료사고들 역시 피해자측이 입증해 내기는 어렵습니다.
거즈 뭉치가 24년간 자궁속에 남겨져 있었던 피해 산모측도, 4년째 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해 산모 아들]
"피고(병원) 측의 자료를 토대로 입증해야 하잖아요. 피고 쪽에서 당연히 협조 안해주고, 의학 지식도 저희가 없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내도, 병원이 불참하면 무용지물입니다.
매년 접수 사건 10건 중 4건 정도는 조정 시작도 못되고 있습니다.
[강기윤 / 국민의힘 의원]
"병원 측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조정 절차가 개시돼야 하고요."
[주사바늘 피해자 어머니]
"병원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저희는 어딜 먼저 찾아가서 하소연해야하는 건가요?"
'다시 간다' 우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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