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백신을 보유한 미국에게 백신을 빌리거나 지원받으려는 나라들의 이른바 '백신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정치부 김민지, 경제정책산업부 이다해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Q. 일단 이다해 기자, 지금 미국이 갖고 있는 백신은 얼마나 됩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얀센 백신 투여 후 혈전이 나타났다는 보고로 접종이 중단되자
화이자와 모더나 같이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하지 않는 방식의 백신을 6억회 분을 갖고 있다며 미국 국민을 안심시켰습니다.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를 제외하더라도 미국 인구 3억명이 두 번 맞을 수 있는 물량을 갖고 있는 겁니다.
Q. 김민지 기자, 미국이 이 백신들을 다른 나라에게 빌려주거나 지원을 해준다는 건데요. 리포트를 보면 이른바 순번이 있는 것 같아요.
바이든 대통령의 말부터 들어보시죠.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현지시간 21일)
"캐나다 총리와 오늘 30분 동안 통화를 했습니다. 우리가 조금 돕기로 했고 더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중미지역에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다른 나라도 있습니다." -
이 말을 한 이후, 미국은 미국이 중심이 된 4개국 안보협의체, 즉 쿼드 가입국들이 백신 공유를 협의했다는 사실을 공개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캐나다 멕시코 같은 미국 인접국이 우선 공급 국가이고,
이어 쿼드 참여국, 동맹국 순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Q. 김민지 기자, 쿼드 참여국을 챙기는 것 보면 미국이 쿼드를 굉장히 중시하나봐요. 쿼드가 정확히 뭡니까?
쿼드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 국가가 참여한 비공식 안보회의체인데 '중국 견제'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중국이 중국산 백신을 다른 나라에 지원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고,
쿼드 참여국에 혜택을 줘 결속력을 다진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Q. 김민지 기자, 미국은 한국의 쿼드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쿼드에 참여하면 백신을 더 빨리 받을 수 있을거다, 이런 얘기도 있어요.
우리가 쿼드에 참여하면 아무래도 백신을 빌려오기가 좀 더 수월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어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정의용 / 외교부장관](어제)
"분야에 따라서는 우리가 충분히 쿼드와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쿼드에 참여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처해있는 지정학적 위치도 있고 하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거 같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의 쿼드 참여는 중국과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Q. 이다해 기자, 그런데 사실 우리가 맞고 싶어하는 건 화이자나 모더나인데, 미국은 주변에 아스트라제네카를 주려고 하는가 보죠?
자신들이 안쓰는 백신이라면 갖고 있을 필요가 없겠지요.
미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직 사용 승인도 받지 못했고요.
보관 기간도 6개월 정도입니다.
결국 미국이 쌓아두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얼마 뒤 폐기해야 하는데요.
그럴바에는 생색내며 필요한 나라에 주는 게 낫다, 이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Q. 김민지 기자,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데 이 때 뭔가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당장 쿼드에 가입해 2순위로 올라서긴 어려운 상황에서 동맹국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할 수밖에 없겠죠.
정의용 장관은 미국에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했는데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이 관심을 갖는 반도체가 협상 카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의용 장관이 반도체와 백신이 맞교환 대상은 아니지만,
민간 기업이 협력을 확대하면 한미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업계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재계 사람에게 물어봤는데요.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해외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Q. 이다해 기자, 이런 어려운 상황이다보니 러시아 백신 도입을 제대로 검토하는 것 같아요. 러시아 백신은 바로 구할 수 있나보죠?
네 일단 우리나라 제약사가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를 위탁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는 있어 보입니다.
한국코러스가 국내 제약사 7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6억5천만회분을 생산할 계획인데요.
전량 수출용이기는 하지만 만약 국내 허가가 난다면 이 중 얼마를 국내용으로 돌린다거나 생산량을 늘려 백신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이다해 기자, 그런데 문제는 안전성이잖아요? 논란이 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제조 방식이 같다면서요?
네. 그래서 우리 정부도 스푸트니크V의 혈전 사례를 집중적으로 정보 수집을 하고 있는 건데요,
지금까지 러시아 국민 700만명이 접종받은 걸로 알려졌는데 이후 이상 반응이나 부작용 정보가 지금까지 공개된 게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유럽의약품청이 허가 심사를 하고 있는데 허가 심사 기준을 총족할 지는 두고봐야 합니다.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보면요,
우리나라 식약처나 질병청이 유럽과 미국 등 해외 규제기관의 승인 없이 자체적으로 국내 사용을 허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희망하는 백신은 없고, 구할 수 있는 백신은 불안하고 진퇴양난인데요. 방역, 외교 모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민지 이다해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