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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국회 관행깨고 싶었다"…류호정이 던진 화두

연합뉴스TV 20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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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풍향계] "국회 관행깨고 싶었다"…류호정이 던진 화두

[앵커]

부동산 관련법 통과 등 지난주 국회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한 의원이 입은 '빨간 원피스'가 더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이번 주 여의도풍향계에서는 여의도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국회의원 복장 논란을 짚어봅니다.

이준흠 기자입니다.

[기자]

국회, 하면 지금 제가 입은 것처럼 어두운 계열 정장과 넥타이, 중년 남성, 이런 모습 떠올리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실제 의원은 물론 사무처 직원, 저를 비롯한 출입기자까지도 남녀할 것 없이 정장을 입고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한 국회의원이 이런 복장 공식에서 벗어나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

운동화도 신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회의 당일에는 아무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는데, 며칠 뒤 일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류 의원의 복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류 의원은 이전에도 청바지나 반바지 같은 편한 옷을 입고 출근한 적이 있는데 유독 원피스만 문제가 됐습니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차별, 성희롱 발언도 넘쳐났습니다.

"굉장히 흔한 원피스예요. 이건 특별한 원피스가 아니에요. 그럼에도 그런 (성차별·성희롱) 발언이 넘쳐났다는 것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성들에 대한 시선을 한번 짐작해보게 됐습니다."

성차별, 성희롱 문제를 떠나, 공식 회의장에 편한 옷을 입고 오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은데요.

문득, 17년 전 '빽바지 사건' 떠올리는 분들 계실 겁니다.

2003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당시 개혁국민정당 의원은 캐주얼 재킷과 흰 바지를 입고 국회의원 선서장에 나타났습니다.

고성과 야유가 쏟아졌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국회의장마저 "모양이 좋지 않다"며 회의를 미뤘습니다.

'예의 없는' 옷차림 탓에 선서가 무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유 이사장은 다음날 정장을 입고 와서야 선서를 마칠 수 있었지만, "일하기 편한 복장으로 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저도 류호정 의원의 빨간 옷, 유시민 이사장의 흰 바지를 한번 입어봤습니다.

국회 권위를 떨어뜨린다, 이제 국회도 변해야 한다, 빽바지 사건 17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180도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동료 의원들의 반응입니다.

유 이사장 때는 선서조차 못하게 했던 야유 대신,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유정주 의원 등은 '꼰대 정치', '쉰내 나는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야권에서도 류 의원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대단히 잘못된 일이고 더구나 거기에 성희롱성 발언이 있다면 비난받거나 처벌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원이나 정부 관료의 복장 논란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의회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012년, 프랑스의 세실 뒤플로 국토주택 장관이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의회 연단에 오르자, 일부 남성 의원이 휘파람을 불며 야유를 보냅니다.

의회 민주주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도 마찬가지 지난 2월, 영국 노동당 트레이시 브레이빈 하원 의원이 한쪽 어깨가 드러난 검정 원피스를 입고 대정부 질의에 나섰습니다.

어디 의회에 저런 옷을 입고 오냐며 류호정 의원 때와 비슷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남성 의원들의 넥타이까지도 논란 거리였습니다.

한 의원이 '노타이' 차림이란 이유로 발언을 제지당하자, 의장이 유권해석을 내리고서야 논쟁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습니다.

불과 3년 전 일입니다.

"의원들은 동료나 기관에 무례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되지만, 넥타이를 매는 것이 필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논란에 대해 류호정 의원은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언론 노출이 잦고,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옷차림 선택은, 그 자체로 정치 행위일 때가 있습니다.

2013년 국회에는 '노타이' 열풍이 불었습니다.

원전 파동으로 전력난이 심해지자, 당시 의원들이 절전 운동 참여를 독려하며 불문율이던 넥타이를 푼 것입니다.

경복궁 입장료 면제 혜택이 전통한복에만 있다며 개량한복을 입고 국정감사장에 나온 김수민 전 의원, 태권도 국기지정법 시행을 알리기 위해 도복을 입고 온 이동섭 전 의원 모두 복장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한편에서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무슨 옷을 입든 상관없으니 "일이나 잘하라"는 질책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논란은 여전합니다만, 어쨌든 이번 일을 국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의원의 복장 대신 정책에 주목하는 계기로 만들어야겠죠.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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