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열차 출발을 2분 늦췄더니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강풍 때문에 환자에게 전해져야 할 장기가 헬기로 이송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기다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KTX 역무원들이 기차를 늦춰 심장을 무사히 이송했습니다.
우현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들이 아이스박스를 끌고 급히 병원 안으로 들어옵니다.
박스를 건네받은 간호사는 급히 수술실로 향합니다.
지난 4일 광주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출발한 기증자의 심장이 애타게 이식 수술을 기다리던 환자가 있는 인천에 있는 종합 병원으로 옮겨진 겁니다.
심장이 도착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이송 당시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으로 헬기 이륙이 불가능해진 겁니다.
[박철현 / 가천대 길병원 흉부외과 교수]
"(헬기가 뜨지 않는다고 했을 때) 참 참담했습니다. 이 일을 어찌할꼬. 만일 심장이 안오면 두 사람이 죽을 수 있거든요.
의료진은 결국 KTX를 선택했지만, 밤 9시 광주송정역에서 가장 빨리 출발하는 열차를 타기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1시간 반 뒤에 있는 다음 열차를 탄다면 골든타임인 4시간을 훌쩍 넘어 이식 수술은 물거품이 될 상황.
[한영희 / 광주송정역 역무팀장]
"10분 정도만 열차를 잡아줄 수 있냐는 전화가 왔습니다. 생명을 구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본사와 열차 지연협의를 했고요."
역무원의 신속한 조치와 안내로 열차 출발을 늦췄더니 2분 뒤 탑승했고 광명역에서 내린 의료진은 2시간 반만에 병원에 도착해
수술이 시작됐습니다.
새 생명을 얻은 40대 환자는 사흘 전부터 걷는 게 가능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허모 씨 / 심장 이식 받은 환자]
"되게 천운이고 그분한테 감사드리죠. 나가서하면 그냥 남들한테 보답할 수 있는 길 찾아서 해주고 싶어요."
의료진의 빠른 판단과, 역무원들의 헌신적인 협조로 환자는 소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채널A 뉴스 우현기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 박희현
영상편집 : 조성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