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막전막후] 총선 앞두고 정치권 '설화주의보' 발령
[앵커]
여의도 정치권의 모습을 전해드리는 여의도 막전막후 시간입니다.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정치부 정영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어떤 뉴스를 준비했나요?
[기자]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는 말이 있죠.
이 말은 특히나 선거를 코앞에 둔 정치인들에게는 무겁게 다가올텐데요.
역대 선거를 살펴보면 말실수 하나로 판세 전체가 흔들린 적도 있을만큼 선거판에서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는 주목도가 높고 그 여파도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 설화주의보를 발령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오늘은 역대 선거에서 한마디 말 때문에 웃고 울었던 정치인들의 모습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선거 때만 되면 최대 변수가 막말이라고 할 정도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한데 말실수가 선거를 어렵게 만들었던 사례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나왔던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발언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당시 총선이 20여일 남은 상황에서 정 의장은 대구를 찾아 청년층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60~70대 이상 어르신들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할 분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앞으로의 미래가 걸려있어서 투표를 꼭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노인 폄하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정 의장은 이에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내려놓는 초강수를 뒀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열린우리당이 200석까지도 바라보던 상황이었지만 100석도 어렵다던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으로 120석을 넘게 챙겼습니다.
이후 정 의장은 어르신들은 집에서 쉬시더라도 너희들이 나가서 투표를 해야한다고 청년들을 꾸짖은 것이었는데 선거 한복판에 뒤집어 씌워진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19대 총선 당시에는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선거판이 흔들렸죠?
[기자]
네,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김용민 씨가 라디오 방송에서 노인들이 시청에 시위하러 오지 못하도록 시청역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자고 말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거판이 요동을 쳤었는데요.
이미 여성과 개신교 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된 상태여서 그 여파는 더 컸습니다.
당시 김 후보는 여권과 시민사회에서 사퇴 압박을 받았는데요.
선거전 초반에는 상대 후보보다 앞선 지지율을 보였지만 막말 파동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김 후보가 눈물을 흘리며 과거 발언을 사죄했지만 패배를 막지는 못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당시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야당 심판론을 꺼내들어 과반의석을 넘기면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당시 막말 논란이 민주당에는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앵커]
자유한국당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기자]
네, 가장 최근 선거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있었던 이른바 이부망천 발언입니다.
당시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한 방송에 출연해 서울살던 사람이 이혼하거나 직장을 잃으면 부천을 가고 부천에 있다가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로 간다고 발언했는데요.
같은 당의 유정복 인천시장을 옹호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거센 역풍을 맞았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정태옥 대변인은 선거 직전 한국당 탈당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고조된 심판론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레이스를 하던 한국당에는 결정적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복귀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이 쏜 화살에 자신이 치명상을 입은 경험이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안 전 대표의 발언부터 들어보시겠습니다.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항간에 그런 말도 있죠.) 아니, 지금 문후보님 생각을 묻습니다.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국민들 바라보고 정치하시죠. 저 문재인 반대하기 위해 정치하십니까?) 지금 그러면 MB 아바타 아니라고 확인해주시는거죠?"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안 전 대표는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제가 MB아바타냐, 제가 갑철수냐고 따져물었습니다.
MB세력이 안 전 대표를 물밑후원하고 있다는 소문을 민주당쪽에서 퍼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항의 차원인데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자신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는 결과만 낳고 말았습니다.
실제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1위 후보였던 문 후보를 맹추격하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당시 토론회 이후 급 내리막길을 걸으며, 실제 대선에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진 3위를 기록했는데요.
이후 국민의당은 대선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대선 평가보고서에서 당시 MB아바타, 갑철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MB아바타 이미지만 강화시키고 패배의 원인이 됐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선거판에서 말실수가 판세를 뒤흔들었던 사례를 살펴봤는데 말 한마디로 불리했던 판세를 뒤집었던 경우도 있었죠?
[기자]
네, 대표적인 사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는 이 발언이 꼽힙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장인의 빨치산 전력을 집요하게 공격했는데요.
당시 노무현 후보는 인천지역 경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이런 아내는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 대통령 후보 그만두겠습니다."
그렇다고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
이 한마디는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줬고 결국 노무현 당시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꺾고 민주당 대선후보에 선출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