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이 간다]수십 년 다니던 길에 갑자기 ‘출입금지’

채널A News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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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이 다툼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땅 주인은 내 땅이라고 다니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웃들은 그 땅을 지나지 않으면 다닐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김진이 간다, 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진>
저는 지금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도로에 나와 있습니다. 이 길 너머에는 공장들이 모여 있어 자재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주로 지나는 길입니다. 그런데, 말뚝이 줄지어 박혀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대형 트럭들이 말뚝을 밟고 간 흔적도 눈에 띕니다. 이 말뚝은 이 땅의 주인이 차량의 통행을 막기 위해 직접 설치해 놓은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처럼 통행로로 사용되던 곳을 두고 땅 주인과 마찰을 빚고 있는 곳이 전국에 빈번하게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겠습니다.

화물차 이동이 많은 이곳. 20여개 업체가 있는 인근 공장지대로 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런데 올 봄부터 쇠말뚝이 박혔습니다.

말뚝 사이의 간격은 2.2미터.화물차는 통행이 불가능하고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정도인데요. 그러다보니 사고도 자주 일어납니다.

[A 기업 대표]
말뚝을 박았을 때 일주일 동안 꼼짝 못 했어요. 조업을 다 못 하고 직원들도 다 집에 보냈어요. 회사가 다 적자를 보면서. 이렇게 큰 차 가지고 경제활동 하는 사람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 밖에 안 되죠.

땅주인이 말뚝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피디]
뭐 때문에 막으신 건데요?

[땅 소유주]
보세요 이 넓은 땅을 (트럭들이)계속 밟고 지나간다고요
차량 통행을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큰 차가 이렇게 (밭을) 밟고 지나가서 못 하게 하는 거예요

참다 못한 트럭들은 말뚝을 그냥 밟고 지나갑니다.

[B 기업 대표]
생계가 달려있는데 물건을 실어야 하니까 차 옆이 긁혀도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업체들은 결국 소송을 내고 법적 다툼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강원도 주문진의 작은 마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30가구가 모여 사는 연립주택인데요, 차량 진입로가 2년 전부터 사라졌습니다.

[전을재/ 주민]
차도 사람도 여기로 다녔던 거예요. 여기에 (돌을) 갖다 막은 거예요

[피디]
누가요?

[전을재/ 주민]
여기 땅 주인이. 다니지 말라는 거죠

결국 일부 주민들은 승용차를 다른 곳에 세워두고 집까지 400m를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전을재/ 주민]
차를 여기에 두고 다니는 거죠

[피디]
여기에 두고 이렇게 걸어간다는 거예요?

땅 주인도 사정은 있습니다. 통행 차량이 자신의 집을 망가뜨린다고 하소연합니다.

[진입로 땅 소유주]
집을 새로 만들었는데 차가 다니면서 모서리를 박아서 우그러트렸더라고.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막아놨지. 진입요금을 내라고 해도 안 내고

불편을 참다 못한 일부 주민들은 우회로를 돈을 주고 빌려서 사용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강릉시청 관계자]
건축주와 땅 소유주가 상호 간에 해결할 문제이지 행정에서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사유지 통행로를 둘러싼 갈등은 도심 한 가운데에서도 벌어집니다.

특색있는 상점이 많아서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부산 해리단길.

그런데 최근 상가 건물 앞에 가림막이 설치됐습니다.
땅 주인이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곳은 2003년에 도로를 만들면서 해운대구가 미처 수용하지 못 했는데, 이 땅이 최근 새 주인에게 낙찰된 것.

가게로 향하는 길은 유모차 한 대도 들어가기 힘듭니다.
가게 안쪽에선 가림막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상인]
‘펜스 칠 거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더라고요. 해결 방안을 찾아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찰나에 다음날 예고 없이 바로 펜스치고.

손님들은 발길을 돌리기 일쑤입니다.

[김경미 / 부산 동래구]
이렇게 해놓으면 다들 가게에 아무도 안 들어갈 것 같은데요. 안 하는 줄 알고

문제가 되는 곳은 가림막이 설치된 곳을 포함해 세 곳입니다.

가림막이 설치되면 출입구가 막히게 될 가정집도 있습니다.

맞은 편 가게도 사람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작은 땅 때문에 출입문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작은 땅을 경매로 구입한 이유는 뭘까.

[땅 소유주]
여기가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큰 곳이거든요 전부 다 매입하려고 하는 그런 땅이에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남의 물건을 쓰려면 사용료를 내든 지.

지자체는 뾰족한 수가 없다며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청 관계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저희가 덥석 그걸 국민의 세금으로 땅을 사드릴 수도 없는 부분이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통행로 다툼.
주민간의 타협만 기다릴 게 아니라 해당 지자체의 중재 시도와 토지 매입같은 적극적인 해결책이 시급합니다.

김진이 간다의 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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