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백서2 - 한국만화 캐릭터 산업의 거장 '둘리' 김수정 작가
만화책에 얼굴을 파묻고 낄낄거리고, 신문 속 만평을 보며 속이 후련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만화산업은 책을 넘어 캐릭터 산업, 인터넷 속으로 들어와 있다. 딱딱한 책보다 작은 웃음이 필요할 것 같은 가을. 노컷V는 만화계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을 만나 작가의 삶과 만화산업 이야기를 나눠봤다.[편집자 주]
1982년 10월 '보물섬'이란 두꺼운 월간 만화잡지가 출간됐다. 만화에 대한 심의와 검열 등 제약이 많았던 시기에 보물섬의 출간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육영재단의 운영을 위한 정치적 산물로 발간됐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어쨌든 만화가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그리고 이듬해, 공룡을 만화로 한 '아기공룡 둘리'가 보물섬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1983년 태어났으니, 둘리의 나이는 올해로 꼭 서른이다.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둘리의 인기 비결에 대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정의 소소한 일상을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어서인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둘리는 연재된 후 바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연말에 바로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팬시 산업, 의류 산업, 문화 산업에 이르기까지 둘리 캐릭터를 이용한 회사만 수천 곳이 넘었다. 앞서 단편적으로 한국만화 캐릭터를 상품화 시킨 사례는 있었지만, 둘리처럼 다방면에 지속해서 활용된 캐릭터는 없었다. 한마디로 둘리가 만화 캐릭터 산업의 새로운 물고를 튼 것.
그렇게 김수정 작가가 애지중지 키운 둘리의 나이가 어느덧 서른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둘리 캐릭터도 '보물섬 둘리', 'KBS 둘리', '교육용 둘리'로 세 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이에 따라 어떤 둘리가 진짜 아기공룡 둘리인지 논란도 거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둘리를 사랑하고 있다.
한국 대표 만화 캐릭터로 자리 잡은 둘리. 김수정 작가에게 서른 살 둘리의 재미난 제작 일화와 한국만화 캐릭터 산업의 현주소를 들어보았다.
[기획/제작 : 박기묵 김원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