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을 백설공주로 풍자한 포스터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하(본명 이병하·44) 작가.
그는 지난 6월 28일 새벽 문제의 포스터를 부산 거리에 부착했다는 이유로 부산진구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고발돼 검찰 조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작가는 이미 지난 5월에도 서울 연희동에 전두환 전 대통령을 풍자한 포스터를 붙이다 현장에서 연행돼 유명세(?)를 탄 바 있는 팝아티스트다.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개관식 행사를 몇 시간 앞둔 지난 17일 오후. 7층 전시관에서 만난 이 작가는 마지막까지 작품 전시 상태를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비록 문제가 된 두 작품(전두환 전 대통령 및 박근혜 의원 포스터)을 이번에 전시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귀여운 독재자' 시리즈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해당 조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 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의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는 공공건물훼손, 불법광고물 부착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이번 퍼포먼스는 예술가의 작품 활동 가운데 한 부분이지, 정치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문을 열었다. "팝아트는 누구나 선호하는 인물을 쉽게 표현하는 대중 예술인 만큼, 유머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
그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의 얼굴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너무 예민하다"며 최근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예술가가 사회적 의식을 담아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해야 되는 것이며, 범죄행위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후대 예술가들이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정식재판으로 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하 작가의 작품들을 관람한 시민들 대다수는 이같은 그의 생각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학생 주원일(21·광주광역시) 씨는 "이번 작품을 표현의 자유로 보는 것이 맞다"고 평가했고, 동료 예술가인 류일선 작가 역시 "작가는 두려움보다는 창의적 생각으로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맞다"고 응원했다.
'독사과 든 박근혜 공주' 포스터 건은 지난 20일 부산지검으로 송치돼 검찰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이에 따라 예술가의 창작 및 표현의 자유 침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획/제작 : 정영혁 박기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