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개미의 습격'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죽은 나무를 갉아먹고 사는 흰개미 때문에 오래된 목조 문화재가 위협을 받고 있는데요.
서울 북촌에서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다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남 창원에 있는 한옥 건물.
기둥을 발로 찼더니 나무 조각이 쉽게 떨어져 나옵니다.
[석종근 / 건물 관리인]
"이게 흰개미가 다 파먹은 거에요."
외벽에 난 구멍에 초소형 내시경 카메라를 넣었더니 흰개미가 포착됐습니다.
한옥을 지탱하는 목재의 하단 부분에 흰개미들이 바글바글합니다.
목재를 파먹고 사는 흰개미들이 한옥으로 몰린 겁니다.
피해를 본 건물 외벽은 하중을 견디다 못해 기울어졌습니다.
[박현철 /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교수]
"경주나 울산, 포항처럼 지진이 이 근처에서 발생하면 이 정도의 피해를 본 집은 붕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선 고베 지진 당시 완파된 목조 건물 가운데 70%가 흰개미 피해를 본 주택이었습니다.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흰개미는 20년 전만 해도 주로 남부 지역에 서식했습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서식지가 북상한 데다 짝짓기 시기도 5월 중순에서 4월 중순으로 한달 정도 빨라졌습니다.
지난해 문화재청이 전국 125개 목조문화재를 조사한 결과 흰개미 피해를 본 문화재가 80%에 가까운 걸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한옥은 흰개미에게 최적의 서식지입니다.
한옥이 밀집된 서울 북촌에서도 흰개미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원천 / 한옥 전문가]
"최근에는 화장실도 한옥 내부로 들어오고 부엌도 들어오고 욕실도 들어오면서 목재에 습기가 공급되니까"
최근 한옥을 비롯해 친환경 목조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흰개미 방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널A뉴스 이다해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박남수(스마트리포터) 추진엽
영상편집: 최동훈
그래픽: 전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