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인근 가와사키에는 한국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속에서 일본에 건너 온 재일동포 1세대인데요.
글을 배우지 못한 채 차별을 받아 온 이들이 최근 글을 배웠고,
인생을 담은 책을 냈습니다.
더 넓은 뉴스, 김범석 특파원이 전합니다.
[리포트]
70,80대 할머니들이 손에 책 한 권을 꼭 쥐었습니다.
격동의 세월 속에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재일 동포들이 뒤늦게 글을 배우면서 쓴 습작들이 책으로 처음 출간됐습니다.
일본에 온 지 50년 된 78세의 황덕자 할머니는 혐한 세력에 대한 '한 마디'를 책에 담았습니다.
입에도 담기 싫은 말을 쓰는 것도 싫어.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하니까
앞으로는 그러지 말고 함께 이야기 하며 사이좋게 지냅시다.
[황덕자 할머니]
"우리는 괜찮지만 우리 손자들은 여기서 낳아서 키우고 했는데 (걱정입니다.) 한국사람 괄시하지 말고 어떻게든 사이좋게 지냈으면."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생각이나, 전쟁 후 남편과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데, 남편이 숨을 거두기 전 나에게 ‘힘을 내세요’, 큰 딸에게는 ‘뒤를 부탁해’라고 말했어.
자신의 인생이 역사의 일부라는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일을 해야 해서 고교 진학을 못했어요. 일본어를 할 수 없어 차별도 받았습니다. 이런 나도 이 시대의 일부입니다.
고달팠던 인생을 담은 글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이영자 할머니]
"돈을 벌지 않아 병원도 못 가고… (힘 내!)"
할머니들은 일본인 자원봉사자들로부터 글을 배웠습니다.
할머니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거칠지만 순수한 글은 일본 젊은이들을 감동시켰고,
[미우라 도모히토 / 강사]
"힘들었지만 우리 인생은 존중 받아야 한다는 것이 글에 나타난 감정이 아닐까요. 그런 적극성이 출판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140만 엔의 출판 기금을 모아 책이 나왔습니다.
[요시다 모리노부 / 출판 담당]
"용기를 내서 잘 살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 그 뿐입니다."
가와사키에서 채널A 뉴스 김범석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이해리
그래픽: 김민수
내레이션: 여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