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상권이 살아날 때 나타나는 현상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높아진 임대료 탓에 기존 상인이 속절없이 밀려나는 것이 하나고, 감당 못할 정도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주택가까지 불편에 시달리는 경우입니다.
공존의 해법은 없을까요?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유명 상권, 삼청동입니다. 골목골목, 특색있는 가게들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최근에는 임차인을 구한다는 빈 가게들이 수두룩합니다. 심지어 권리금 없는 곳까지 나왔습니다."
[황민지/ 화장품 가게 점원]
"여기가 한 7~8평 정도? 보증금 5천만 원에 월 240만 원에서 250만 원 받는 거 같아요. 주변에 거의 나갔어요. 뒤에는 거의 휑하다고 보시면 되거든요."
강북권역에서는 홍대나 신촌 등 임대료가 비싼 지역을 피해 연남동, 망원동, 익선동 등이 새로운 상권으로 부상했습니다.
낡은 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와 술집이 늘어선 망원동. 동네가 유명해지면서 이곳 역시 임대료가 오르고 기존상인이 밀려나게 됐습니다.
[망원동 공인중개사]
"조금 올랐죠. 그전엔 권리금이 없었거든요. 이젠 권리금도 생기고."
8년째 수선집을 하고 있는 A씨도 당장 다음 달 가게를 빼줘야 합니다.
[A 씨 / 옷 수선집 운영]
"주인이 나가라면 나가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우리가 못 나간다고 그랬더니 막 싸웠어요. 막막하죠 뭐."
40년간 세탁소를 운영해 온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소란이 못마땅합니다.
[우평일 / 세탁소 운영]
"나는 하도 오래 있어서 (건물주가 월세)안 올린다고. 안 올린 사람들은 남고 올린 사람들은 떠나고. 여기 망원동 세탁소 일곱 갠가 없어졌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지."
[현장음]
"망리단 길이라고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이게."
철공소가 모여있던 문래동도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비싼 임대료 탓에 이곳으로 밀려난 상점들 탓인데,
[송수민 / 식당 운영]
"이쪽이 아무래도 아직 상권이 발달하지 않은 대신에 임대료가 싸서 들어 오게 됐고. 보통 절반보다 더 싸다고 보시면 돼요."
주민들은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늘이 드리우는 것이 불안합니다.
[철공소 사장님]
"솔직히 여기 자기 거 갖고 있는 사람 몇 명 안 돼. 없어진 데도 많고. 여기도 이제 없어지면. 얼마 안 남았을 거 같은데."
동네 상권이 급격히 커지면서 한평생 동네에 살았던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겪기도 합니다.
[C 씨 / 고소동 벽화마을 주민]
"저쪽으로 올라가면 또 계속 공사해요. 공사하는 데만 일곱 군데 될 겁니다. 이 반경 5km 안에서."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모습은 일상이 됐습니다.
"이곳은 새로운 카페 신축 현장입니다. 지금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요. 바로 옆에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계단이 있습니다."
"보시면 계단의 절반 정도는 밑이 훤히 뚫려 있는데요. 철근 네 개가 겨우 지탱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벌벌 기어 다녔다니까. 겁나. 어지럽고."
[현장소장]
"(이 길로)두 집 다닌다고 두 집. 이 집하고 요 윗집하고. 이게 안전조치지 이것이."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주말마다 벌어지는 주차와의 전쟁에 주민들은 더이상 못 견디겠다며 현수막까지 내걸었습니다.
[E 씨 / 고소동 벽화마을 주민]
"금요일부터 토요일, 일요일. 차 댈 데도 없고 난리예요. 너무 불편해요. 주민들이 정말로 여기는 순수하게 애용하는 마을인데 어느 날 갑자기 너무 복잡하니까."
(떠나신 분들도 계시나요?)
"그랬지. 복잡하니까 못 살겠다."
낙후됐던 동네가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사람들. 상인과 주민들간의 상생 대안 마련 없이는 갈등의 골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