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위기는 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보다 협력업체들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습니다.
빈 공장이 늘면서 정적이 감도는 현장 실태 취재했습니다.
김지환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자동차 부품업체 1천여 곳이 모여 있는 울산의 매곡·문산 산업단지. 현대차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공장에는 정적만 감돕니다.
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겨냈지만 현대차 판매실적부진과 '어닝쇼크'의 여파에 주저 앉아버린 겁니다.
[김모 씨 / 2차 협력업체 대표]
"(매출이) 50프로. 반 토막이 난 거죠. 미리 겁을 먹었다고 해야 하나… 되살아날 기미나 좋은 소식이 안 보이니까.“
최근 공장이 문을 닫았고 16명의 직원은 실직자가 됐습니다.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올해 초 부도를 낸 2차 협력업체 대표 최모 씨. 부품제작 설비까지 담보로 잡히면서 빈손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습니다.
임직원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려 했지만,
[최모 씨 / 전 2차 협력업체 대표]
"전기세 돈 빌려주고…오죽하면 직원들이 점 보러 다니고 그랬어요. ‘사장님 우리 돈 받을 수 있답니다’ 해서 그럼 조금만 힘내자 하고…“
폐업을 막진 못했고, 공장은 경매에 넘겨진지 오랩니다.
7개월 전 경매에 나온 이 3차 협력업체 공장도 3차례 유찰되면서 흉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현재 가동 중인 공장 5곳 중 1곳이 매물로 쏟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옵니다.
[부동산 관계자]
"다 빈 공장들이거든요. 아직도 수두룩합니다. 여기 쏟아질 물건이 200개 정도 됩니다."
부품산업인 자동차는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36만 명에 이릅니다.
전후방 파급효과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져가는 모양새입니다.
완성차 업체부터 2, 3, 4차로 종속되는 수직적 구조속에서 협력업체가 입는 피해는 눈덩이 처럼 커지는 겁니다.
이른바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협력업체를 더욱 옥죄고 있습니다.
[1차 협력업체 관계자]
"(처음엔)돈을 제대로 된 가격을 쳐줘요. 시간이 지날수록 원가절감을 계속하면서 납품단가를 후려치죠. 손해 보고 파는 경우도…”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도 여전합니다.
[2차 협력업체 관계자]
"(물건) 갖다 주면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수출 나가거나 금액이 발생할 때까지 감수해야 하거든요. 그게 폐단이죠."
자연스레 월급이 밀린 직원들은 생활고에 내몰립니다.
[전 2차 협력업체 직원]
"두 달 이상 미뤄져서 카드로 별도로 생활하고 따로 돌려막고 현금 서비스받고… "
은행들도 대출금을 서둘러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비가 올때 우산을 접어 버리는 식입니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부품업계에 1조 원 지원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지원조건이 까다로워 면책권을 함께 주지 않는 한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
"신보나 기보에서 (돈) 푼다고는 하는데 보증서 발급받기 힘들어요. (매출·부채) 엮어서 한도 있기 때문에 안 된다 그러거든요."
올해 국내자동차 생산량은 400만 대를 밑돌고, 수출량도 250만대 선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대차의 S&P 신용등급도 20년 만에 하향 조정될 정도로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 1고 3저 현상이 반복되고 있거든요. 입맛에 맞는 신차 투입 시기도 어긋났었고."
전문가들은 부품업체가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도훈 / 경희대 특임교수·전 산업연구원장]
"웬만한 자동차 완성차 업체보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보쉬라든지 덴소라든지… 스스로 날개를 가지고 완성차 업체에 의존하지 않는… "
채널A 뉴스 김지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