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도동 유치원 붕괴 사고는 무너진 안전관리가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왜 그런지 지금부터 사회부 조영민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1. 조 기자, 어제 뉴스분석에서 구청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는데, 붕괴 위험을 알면서도 아무런 예방조치를 취하지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죠?
지난 4일 유치원 측이 균열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지난 6일 밤 11시 반쯤 사고가 났습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던 이 시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문건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실에서 공개한 문건인데요. 유치원에서 사고 하루 전인 지난 5일 구청에 보낸 공문입니다.
균열, 구멍, 기울기까지 유치원 측에서 발견한 붕괴 전조 증상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유치원 측의 문의를 받은 안전진단 업체의 의견도 들어있죠. 공사를 강행하면 위험하단 겁니다.
유치원은 공문 마지막에 "현장점검을 긴급히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2. 사고 하루 전, 유치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 것인데, 구청은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문건을 하나 더 보여드리겠습니다.
구청이 다음 날, 그러니까 사고 당일 작성한 문건입니다. 요지는 "건축 관계자가 확인해서 보고하라."
구청에 긴급점검을 요청했더니 구청은 가만히 있고 감리업체와 시공사 등에 확인하라고 지시만 한 겁니다.
이후에 어떻게 됐을까요? 일단 이 영상부터 보시죠.
[김해룡 / 서울 동작구청 건축과장(어제)]
(보완 지시 하라한 부분 확인하셨나요?)
"확인할 시간이 없었죠."
"맞습니다. 이게 9월 5일에 보고서가 들어와서 5일에 조치하라고 보냈는데 6일에 사고가 났기 때문에… "
동작구청의 어제 브리핑입니다. 확인하라고 지시했지만 바로 사고가 나는 바람에 미처 손 쓸 시간이 없었단 겁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물었습니다. 대답이 변했습니다.
[김해룡 / 서울 동작구청 건축과장]
"균열이 있다고 하고 감리자가 조치를 한다고 하니까, 담당이 저한테 얘기를 안 하고 일단 기다렸던 것 같고요."
지시를 받은 감리업체 관계자가 "문제가 있으니 조치하겠다"고 보고했는데 실무자가 감리업체의 보고내용을 윗선에 알리지 않고 손에 쥐고 있었단 겁니다.
시간이 없어서 구청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해명은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습니다.
3. 가장 근본적인 붕괴 원인은 시공사가 가장 잘 알 것 같은데요, 시공사의 대응은 어땠나요?
지난 5일 유치원이 긴급 협의체를 소집합니다. 이 회의에 구청 측은 불참했었죠.
유치원 측은 시공사, 안전진단 업체 관계자 등과 실제 현장 상황이 어떤지를 돌아봤는데요, 심각성을 눈으로 확인하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공사 업체와 감리 업체에게 돌아온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유치원 관계자]
"그분들은 '아니 이 정도면 안전한 상태고 오차 범위 안에 있기 떄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계속 그렇게 설명했어요."
이 호언장담의 근거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다음 날 유치뭔이 무너졌으니 말이죠.
무너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만 100명이 넘습니다. 어른들의 안일한 대응에 자칫 아이들이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사회부 조영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