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비서 김지은 씨가 피해 상황 당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습니다.
법정에 출석한 심리전문가 일부는 김 씨가 길들어진 상태, 심리학적 용어로 '그루밍'이었다고 분석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심 판결문의 주요 내용, 박서경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수행비서 김지은 씨 측은 성폭행이 있었던 당시, 심리적으로 얼어붙어 제대로 반항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혜선 / 변호사 (김지은 대독) : 저는 그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거절을 분명히 표시했습니다. 저는 그날 직장에서 잘릴 것 같아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날 일을 망치지 않으려고 티 내지 않고 업무를 했습니다.]
김 씨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인 상황에서, 모순되는 객관적 정황이 잇따르자,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일부 심리전문가는, 김 씨가 성적으로 길들어진, 이른바 '그루밍' 상태였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안 전 지사가 김 씨를 길들이기 위해 특별히 호의를 보이거나 관심을 기울인 정황이 없는 데다, 김 씨가 다른 성추행 상황에서 대처한 태도를 보면 사회경험이 충분한 전문직 여성으로서 '성적 주체성'이 확실하다는 설명입니다.
재판의 핵심인 '위력'을 어떻게 판단했는지도, 112쪽짜리 판결문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존댓말을 쓰거나 감사인사를 전하는 등 양측이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토대로 재판부는 안 전 지사를 '소통하는 정치인'으로 평가했습니다.
김 씨가 저항할 여지도 충분했다고 봤습니다.
특히 지난해 9월 스위스 간음 때는 담배를 가져다 달라는 안 전 지사의 지시에, 김 씨가 기존처럼 방문 앞에 담배를 두고 갈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조인들은 조심스럽게 무죄 판결은 법 문언에 충실한, 고심 끝에 내놓은 결과라고 평가합니다.
[김진우 / 변호사 : 피상적인 증거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당사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문체까지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면밀하게 고찰하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했고, 재판 초점을 위력 행사와 자유의지에 맞춰 피해자의 심리에만 몰두했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습니다.
[조현욱 / 변호사 : 피해자의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피해자 행위에 있어 모순된...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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