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평화의 소녀상이 전국 곳곳에 세워졌는데요.
세울 때도 문제가 많고 관리도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소녀상의 건립 취지마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건영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홍익대 앞 삼거리.
평화의 소녀상을 실은 지게차를 두고 실랑이가 한창입니다.
[현장음]
"막지 마세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막지 마세요!"
[현장음]
"절차를 지키십시오! 법을 지키세요!"
금방이라도 큰 싸움으로 번질 듯한 일촉즉발의 상황.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소동이 벌어진 며칠 뒤 찾은 홍익대 정문 앞.
대형화단과 번호판 없는 차량이 일대를 막고 서있습니다.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측에선 홍대 정문 부근이 국유지인만큼 설치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봉수 / 마포구의원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위안부 소녀들이 신의주를 거쳐 중국으로 끌려갔던, 집결했던 곳이 바로 마포였습니다. 마포는 슬픈 역사를 가졌던 곳 중 하나…"
하지만 학교 측은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반대 뜻을 굽힐 생각이 없습니다.
[홍익대학교 관계자]
"외국인 학생들이 왔다갔다 하는 국제 학문의 전당에 불편함을 준다면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하물며 우리 학교에 대해서 합의의 절차가 있었냐는 것이죠."
추진위 측이 다음 달 소녀상 제막식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지만 이 또한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지난 2011년, 천 번째 수요시위를 기념하며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현재 전국에 100개 넘는 소녀상이 세워진 것으로 추산됩니다.
소녀상이 설치되는 곳은 국가나 지자체 소유 땅이 대부분.
하지만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곳곳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구 소녀상의 경우, 도로법상 허가 대상이 아니라는 구청의 반대로 하루 전날에야 설치 장소가 확정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세워진 이후 관리는 더 큰 문젭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소녀상입니다.
멀리서 언뜻 봤을 때는 꽃다발이 놓여있는 등 시민들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면 먹다 남은 커피잔이 이렇게 나동그라져 있고요.
손등에는 불법 광고 부착물의 흔적도 남아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지만 관리가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주변에 널린 쓰레기와 담배꽁초들은 소녀상 주변을 청소하긴 하는지 의심이 들 정돕니다.
다른 지역에 있는 소녀상도 찾아가 봤습니다.
소녀상 주변에서 놀던 아이들이 발견한 것은 먹다 뱉은 사탕이었습니다.
[현장음]
"으 더러워. 이거 맛있는 냄새가 나."
매주 수요일 소녀상을 청소하는 민영록 씨.
[민영록 / 동탄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모자를 벗겨가기도 하고. 옷을 입혀 놓은 것도 가져가시고. 보면 발 사이에 누군가가 이렇게 끼워놓고 가요."
시청에 몇 차례 민원도 넣어봤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자발적으로 청소를 시작한 게 벌써 2년째입니다.
[민영록 / 동탄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
"청소한다든지 하는 관리들은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게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나라도 청소를 좀 해야 되겠다."
전국 소녀상 가운데 지자체의 관리를 받는 공공조형물로 지정된 경우는 지난 1월 기준, 12곳에 불과합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공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다 보니 애꿎은 수난을 겪고 있는 경우가 파다한 상황.
전국 소녀상의 절반 이상을 만든 조각가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김서경 / 평화의 소녀상 조각가]
"(소녀상을) 함부로 하는 분들로 인해서 많이 속상하고 있긴 하지만 청소라던가 CCTV 관리라던가. 지자체의 도움이 있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 부분들이 해결이 되겠죠."
소녀상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협조할 수 있는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국회 통과는 기약할 수 없습니다.
[김해영 /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부분 소녀상의 경우 시민 주도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안 발의로)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리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일념으로 세워진 소녀상.
소녀상의 본래 취지를 지킬 수 있는 관리체계 구축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용수 /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녀상을 세워놓고 돌보지 않는 이거는 너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소녀상이 저한테 힘이 됩니다. 귀중한 소녀상을 지켜주셨으면…"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박건영 기자
[email protected] 연출 김남준
글·구성 전다정 김대원
그래픽 김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