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구 반대편에서는, 성 상품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인대회에 획기적인 변화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여성 문제에 대한 실태를 고발하는 미인대회가 열렸는데,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됩니다.
조수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미스 페루' 미인 선발대회 최종 결승 무대.
예년대로라면 참가자는 자신의 몸매를 수치로 자랑해야 했지만, 이 참가자의 입에선 전혀 다른 내용의 수치가 소개됩니다.
[카밀라 카니코바 / '미스 페루' 참가자 : 제 신체 사이즈는 2202입니다. 지난 9년간 페루에서 살해된 것으로 보고된 여성의 수입니다.]
다른 참가 여성들도 마찬가지, 제각각 여성 폭력에 대한 통계를 나열합니다.
[카렌 쿠에토 / '미스 페루' 참가자 : 제 치수는 82-556, 올해 여성 살해 사건 수와 여성 살인미수 사건 횟수입니다.]
[후아나 아시비도 / '미스 페루' 참가자 : 제 사이즈는 70입니다.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 70% 이상이 길거리 성희롱의 피해자입니다.]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하던 자리가, 성폭력의 참상을 알리는 무대로 변모한 겁니다.
아동 학대와 미성년자 성범죄 실태도 전파를 타고 고스란히 생중계됐습니다.
[멜로디 칼데론 / '미스 페루' 참가자 : 제 치수는 81입니다. 5살 미만의 여아 학대 사례 가운데 81%가 친인척에 의해 가해지는 일들입니다.]
[사만타 바타야노스 / '미스 페루' 참가자 : 제 치수는요…10분마다 소녀 1명이 성적 착취로 사망한다는 현실입니다.]
심사위원들의 질문도 기존 미인대회에서 볼법한 소재와는 달랐습니다.
"법률을 바꿀 수 있다면 성범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등 성폭력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성 상품화 논란이 끊이지 않던 미인대회를, 오히려 여성 인권 향상 계기로 삼으려는 시도가 다른 나라들의 미인대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YTN 조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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