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대를 앞두고 목디스크 치료를 위해 군 병원을 찾았던 육군 병장이 황당하게도 의료 장비에 쓰이는 소독용 에탄올 주사를 맞아 왼팔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데도 군 관계자들은 사고가 외부로 알려지는 걸 막는 데만 급급합니다.
최기성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김 병장이 재활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왼팔에 힘을 줘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가만히 두면 처지는 팔을 고정하기 위해 늘 붕대를 감고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김 병장 / 군 의료사고 피해자 : 양손 쓰다가 한 손 쓰려고 하니까 안 되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옷 입는 것도 불편하고…. 씻을 때도 오른쪽하고 등 씻는 데도 너무 불편하고….]
제대를 불과 한 달여 남겨둔 지난 6월, 김 병장은 간단한 목디스크 시술을 받기 위해 군 병원을 찾았다가 아예 한쪽 팔을 못 쓰게 됐습니다.
신경차단술을 하려면 혈관 등을 잘 볼 수 있도록 조영제를 놓아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의료장비에 김이 서리는 걸 방지할 때 쓰는 에탄올을 대신 주사한 겁니다.
간호장교가 조영제와 에탄올이 담긴 병을 혼동해 가져왔고, 약품을 건네받은 군의관 역시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습니다.
[군 관계자 : 군의관과 간호장교의 착오였던 거죠. 실수였던 거죠. 시스템상으로는 둘 다 한 번씩 확인하게끔 돼 있는데 그 과정을 간과한 거죠.]
김 병장은 두 달 가까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회복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비의료용 에탄올의 경우 신경 손상을 유발해 평생 장애가 남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문지연 /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 신경 손상이 어느 정도는 관찰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신경은) 모든 감각을 받아들이는 구조물인데 주변으로 어마어마한 농도의 에탄올이 퍼졌다고 한다면….]
상황이 이런 데도 군 관계자들은 사고가 밖으로 알려지는 걸 막는 데만 급급합니다.
언론 제보를 말리고 가족이 인터넷에 올린 글에 대해서는 게시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국군 청평병원장 : 언론에 공개되면 많은 사람이 처벌을 받습니다. 실수한 사람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김 병장은 현재 장애 보상 2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규정상 군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건 보상금 천여만 원과 6개월 치료비 지원이 전부입니...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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